[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롯데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사태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유통가 역시 유탄(流彈)을 맞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신동주·동빈 형제간 시작된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은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 측에 해외계열사의 주주 및 출자현황 등 경영 관련 내용의 일체를 요구하며 소유구조 파악에 나섰다. 공정위 측은 롯데 측에서 제출한 자료가 허위일 경우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와 롯데그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최근 입장이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에서 대홍기획에 부당지원이나 일감몰아주기 등 실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자칫 세무조사가 롯데그룹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
국회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발생한 경영권 다툼이 재발하지 않도록 순환출자 금지 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의원들은 롯데 기업 구조상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에 가져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하며 하반기에 있을 면세점 허가를 내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이번 롯데그룹의 집안 싸움으로 국민들이 롯데 지배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신씨 일가가 불과 2.4%의 지분으로 416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은 순환출자 때문인데, 정부 당국은 꼬리가 몸통 흔들 수 없도록 순환출자에 대해 분명한 기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재벌 가족간의 다툼이 볼썽사납다"며 "재벌 경제체제는 더이상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사실상 형제간의 난에 정부와 정치권이 공식적으로 개입한 모양새다.
롯데 사태가 또 신세계와 현대 등 유통 경쟁업체로까지 번질 공산도 크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과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반(反)대기업 정서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다가 다른 재벌들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을 외치며 각종 규제 법률을 쏟아낼 공산도 크다. 롯데 발 형제의 난이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통가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의 칼날이 자신들에게 다가올 경우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신세계와 현대 측의 지난 5일자 보도자료들은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적극 동참할 방침', '정부 차원의 '국민 사기진작 방안'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자료에 '정부가 하는 일에 저희는 잘 따르고 있습니다'라는 의미를 지닌 문구를 넣은 것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뉴시스 기자와 만나 "롯데가 정부의 칼날 앞에 서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거스르거나 튀는 행동을 했다가 눈 밖에 나면 안되지 않는가"라며 "롯데발 불똥이 튈까봐 걱정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일부 임원들은 개인적인 끈을 활용해 롯데에서 시작된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정부의 세무조사가 롯데 그룹을 비롯해 다른 기업으로 번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세무조사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며 "털어서 안나오는 먼지 없듯이 롯데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이 세무조사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