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적용대상 기업 10곳 중 9곳이 '화학원료 수입 차질', '신제품 출시 지연' 등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최근 화평법 적용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화평법 시행에 따른 기업 애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1.4%가 '화평법이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영향이 있는 부분으로는 '화학원료 수입 차질'(50.7%)이 가장 많았고 '제품 출시 지연'(25.7%), '연구개발 지연'(23.6%)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화학물질 수입기업은 국외제조자로부터 성분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받지 못할 경우 화학물질 보고의무를 준수할 수 없어 처벌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성분정보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 화학원료 수입 중단, 거래선 변경, 대체물질 개발 등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국외제조자 입장에서도 원료를 다른 기업으로부터 공급받아서 제조하는 경우 성분을 모르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성분정보는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보고가 불가능한 물질이 있다고 대한상의는 전했다.
화평법은 기업에서 취급하는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등록 의무를 부여했다. 환경부는 지난 7월1일 등록대상 화학물질 510종을 고시했다. 고시일로부터 6개월내 등록해야 하나 제도 초기라 3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대한상의는 "유럽 신화학물질관리제도는 보고의무가 없고 일본은 혼합물의 10%미만 함유 화학물질은 보고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보고의무 대상범위를 축소하거나 보고가 불가능한 물질들은 국외제조자로부터 규제대상물질 포함여부만 확인하는 등의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화평법 의무사항 중 '등록의무'에 대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상의가 화평법 이행업무 중 가장 크게 부담되는 부분(복수응답)을 묻자 '등록대상기존화학물질 등록(53.3%)'과 '신규화학물질 등록(46.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공동등록 소요 예상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1억원 이상'이 24.5%, '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 22.5%, '1000만원' 이하가 53.0%로 집계됐다. 유해물질관리법에 비해 화학물질을 시험하는 항목이 대폭 늘어 시험비용이 증가했고 협의체를 운영하는데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의는 "공동등록제도는 유럽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이므로 기업들이 제도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면서 "협의체가 중소기업으로만 구성돼 운영 역량이 부족한 경우 등록유예기간 연장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평법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으로는 응답 기업의 50.7%가 '서류작성'를 꼽았다. 기업들은 1개 물질당 서류를 작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2주 정도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소량 연구개발(R&D)물질에 대해서는 서류 없이 등록을 면제하는 차등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주요국도 t수에 따라 규정을 다르게 두고 있다. 유럽은 1t 미만의 R&D물질은 서류 없이 면제, 일본은 모든 R&D물질에 대해서 서류 없이 면제해주고 있다"고 했다.
또 "주요국에 비해 R&D 면제 조건이 엄격해 연구개발과정에서 물질이 제때 투입되지 못하거나 지연될 수 있다"며 "제품개발이나 공정개선에 시험용으로 사용되는 소량의 R&D물질은 면제절차를 대폭 완화해야 연구개발의 신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화평법의 도입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화학산업과 연관산업의 경쟁력을 저해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가 안착돼야 한다"며 "수입이나 연구개발이 지연되지 않도록 규제 대상범위를 구체화하고 차등화해서 법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의무 대상범위 축소, 등록비용·기간에 대한 부담 완화, 소량의 R&D물질 서류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화평법 개선 건의서'를 20일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