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동개혁에 대한 노동계의 결단을 촉구했다. 시간을 더 끌어봐야 결실이 없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7일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터키 앙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사정 타협은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말 노사정위원회가 재개한 이후 정부는 예산 제출 시한인 10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실업 급여 확대 등의 예산을 얻으려면 더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뜻이다. 대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정부는 그대로 입법안을 내고 직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한을 못 박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과연 대타협의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 최 부총리는 "지난 연말에도 했고, 올 3월에도 했는데 시한을 더 이상 줘 본들 지연의 의미 이외에 뭐가 더 있느냐"며 "노동계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한국노총의 주장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정부가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제와서 재검토하면) 정부 말을 믿고 추진한 기관은 뭐가 되느냐"며 "노동계가 3월에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면 협의가 가능했겠지만 지금 와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노총의 주장은) 협상을 안 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일 뿐"이라며 "여러 차례 타협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을 밝혔고, 본인들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부문의 큰 축을 차지하는 공무원의 임금피크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무원은 직급별로 호봉상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임금피크제적인 요소가 일부 도입돼 있다"며 "내년에 공무원 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오르는 방식보다는 성과급의 성격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리 인상 이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인상 여부보다는 인상폭과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9월과 12월 인상설이 유력한 상황에서 미국은 금리 인상 여부가 전적으로 각종 경기·고용·물가지표 등 데이터에 달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은 이번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데이터가 당일 오전에 나온 관계로 정확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는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라는 것은 대공황 때나 있을 법한 비정상적인 정책인데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정상화 해야 하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올리더라도 차근 차근 올리는 것이지 대폭 인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금리도 따라서 올라야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총재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해 러우지웨이 중국 재무장관과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부총재 자리를 대놓고 요구할 순 없지만 한국의 지분이나 지역 내 위치를 볼 때 자리를 확보해야 하지 않느냐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의 최근 회동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G20 회의장에서 근처에 배석할 뿐 아니라 터키행 비행기에서도 옆 자리에 앉아 왔다.
최 부총리는 "지난주 이 총재와 만나 폭탄주도 마셨다"며 "늘 얘기하지만 경제부총리와 중앙은행 총재는 자주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 만나서 얘기하는 게 뉴스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