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코미디를 보면 인간은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그 비밀이 비도덕적인 것이라도 개개인에게 어쩌면 달콤한 것일 수도 있고, 비밀은 알려지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상처내지 않고 인생을 오히려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비밀이라는 것은, 특히나 추악한 비밀은 사실상 대부분의 인간을 병들게 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손님은 왕이다’는 도덕적 결함을 가진 한 인간이 자신의 그 결함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는 정체모를 타인에 대한 공포를 소재로 피해자와 가해자,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거듭되는 반전으로 허무는 영화다. 차별화된 장르로 승부변두리 이발소라고는 믿기지 않는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명이발소’의 주인 안창진은 ‘손님은 왕이다’를 모토로 장인정신과 친절을 갖춘 성실한 이발사다. 아
정보를 팔며 동료들을 배신하고 돈만 챙겨먹던 비리 형사가 흡혈귀가 되고부터 인간답게 살고자 정의감을 발휘한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MBC ‘안녕 프란체스카’의 인기 이후 발견된 흡혈귀라는 소재의 매력을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흥행 장르로 풀어낸다. ‘투캅스2’ ‘로스트 메모리즈’를 만든 이시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수로가 주연을 맡았다. 흡혈모기에 물리다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고성에 사는 드라큘라의 목을 문 흡혈모기가 택배사 항공기를 타고 서울로 들어온다. 흡혈모기는 스크린 경마장 사장 탁문수에게 수사 정보를 주고 돈을 받는 비리형사 나도열을 문다. 모기의 침이 꽂힌 부위부터 혈관은 급격히 녹색으로 물들어가고 나도열은 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흥분하면 흡혈귀로 변하는 비운의 신세가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감과 동시�
1972년 뮌헨 올림픽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들이 살해당했다.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다’는 흥미진진한 카피를 내세운 영화 ‘뮌헨’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작. 흥행 감독으로서의 오락적 감각보다는 이른바 ‘예술성’을 입증 받고 싶은 스필버그의 내면이 읽혀지는 ‘진지한’ 영화다. 폭력의 허무함‘쉰들러 리스트’ 이후 또 한 차례 ‘아카데미용 영화’로 ‘예술’과 ‘흥행’의 필모그래피 안배를 시도하는 스필버그의 이번 작품은 1984년 출간된 조지 요나스의 회고록 ‘복수’를 원작으로 한다. 1972년 뮌헨올림픽의 실제 테러 사건이 영화의 소재. 올림픽 선수단으로 위장한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테러리스트와 팔레스타인 죄수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수단 전원을 살해한 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로 유명한 지강헌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가 또 다시 현대사의 굴곡을 드라마로 엮었고, ‘바람의 파이터’의 양윤호 감독이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에 재도전했다. 올림픽으로 들떠 있는 1980년대 후반 화려한 경제 성장 이면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부조리는 오히려 극대화됐던 당대의,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쓰라린 현실을 ‘홀리데이’는 사회 영화의 문법이 아닌, 장르적 문법으로 풀어낸다. 잡초 같은 밑바닥 인생의 분노‘홀리데이’는 각본가가 동일인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실미도’를 여러모로 연상시키는 영화다. 단지 역사적 사건의 실존인물을 다뤘다는 면에서가 아니다. 짓밟힌 인권과 공권력의 횡포로 쓰레기로 취급당하며 살아야 했던 잡초 같은 인물들의 분노를 그렸다는 공통
설원(雪原)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생기는 설맹(雪盲)을 뜻하는 제목의 ‘빅화이트’는 알래스카 설원에, 사랑에, 돈에 눈먼 소심한 한 남자의 시체소동극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대작과 멜로가 경쟁을 벌이는 올 겨울 극장가에 그 어느 영화보다도 틈새시장을 제대로 노리고 있는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최근 극장가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참신한 소재와 장르라는 것, 또 하나 로빈 윌리암스와 홀리 헌터의 연기호흡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100만불 짜리 시체를 훔치다하얀 눈으로 덮힌 알래스카, 거기에 많은 빚과 쉼 없이 상스러운 욕을 해대는 뚜렛증후군을 앓는 아내를 가진 파산한 여행사 사장 폴 바넬(로빈 윌리암스)이 있다. 사무실 전기가 끊길 만큼 경제적 궁지에 몰렸고 또 아내 마가렛(홀리 헌터)의 치료비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느끼는 폴은 어느 날 꽁꽁 언 �
제작비를 쏟아 붓는 블록버스터는 항상 기획 단계부터 ‘쫄딱 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들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테크놀로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웅장한 스케일과 볼거리 가득 찬 영상만으로는 관객을 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돈만으로는 안 되는 것도 있는 셈이다. 순제작비 150억원, ‘친구’의 강제구 곽경택 감독과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이라는 기라성 같은 스타들의 만남, 태국 러시아 로케 등 화려한 배경을 자랑하는 ‘태풍’ 또한 기대와 함께 ‘충무로의 대재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동정과 공포의 이중적 시선으로 탈북자보기‘태풍’에 대한 의심 중 가장 만연했던 것이 ‘제 2의 쉬리’ 설이다. 남과 북, 모두에게 버림받고 분노의 화신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씬(장동건)이라는 한 남자와 그 남자의 분노에 찬 테러를 막아�
멜로드라마의 상투성에서 벗어나 인생의 프리즘으로 사랑에 대해 풀어놓는 진보한 연애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조연급이던 배우 전미선의 첫 주연작이라는 점으로 제작단계에서 눈길을 끌었던 영화 ‘연애’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부문에 출품돼 호평을 받으면서 최근 멜로의 변혁에 일조했다. 적막한 현실과 설레이는 연애 사이평범한 30대 여성 어진은 전화방 아르바이트 중 알게 된 한 남자와 통화를 하면서 지겨운 일상의 외로움을 달래곤 한다. 그에게 사소한 일상을 시시콜콜 얘기하고 위로받는 것이 어진에겐 삶의 청량제와도 같았던 것. 그러던 중 곤경에 처한 어진을 도와준 김 여사의 소개로 유흥업의 길에 들어서게 되며, 남다른 매너로 그녀에게 다가서는 민수를 만나게 된다. 연애에는 서툴고 사랑에는 어색한 어�
예고편이나 스틸을 보면 이 영화, 그렇고 그런 B급 코미디물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촌스러움을 오버하는 듯한 과장된 알록달록 색채나 배우들의 정형화된 얼굴 표정들이 영 그런 선입견을 지우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나의 결혼원정기’는 의외로 잔잔하게 소외된 농촌 노총각들의 애환과 사랑을 적당한 선에서 그려낸 괜찮은 상업영화다. ‘인각극장’의 논픽션 버전농촌총각들의 결혼문제와 국제결혼이 시사프로그램에 수없이 오르내리고 있는 현실 시골 노총각들의 결혼원정이란 소재는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첫 장편데뷔작인 황병국 감독은 개인의 감성에 초점을 맞추기를 더 원했다. 순수한 인간들의 삶에 밀착해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감독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이것은 영화의 모티브가 시사고발프로그램이 아닌, KBS 다큐멘터리 ‘
지우개로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사랑의 기억을 싹 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볼만하다. 미셸공드리 감독과 찰리 카우프만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터널 선샤인’인 ‘기억의 삭제’라는 보편적이지만, 독창적인 소재로 시작한다. 짐 케리가 사랑의 상처로 고통 받는 가을남자로 변신했고, 케이트 윈슬렛이 시대극의 우아함을 벗고 통통 튀는 엽기녀를 맡았다. ‘이터널 선샤인’은 77회 아카데미 영화제 각본상 수상하며 찰리 카우프만의 능력을 또 다시 확인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SF적 소재의 일상적 연출소심하고 연약하지만 정이 넘치는 조엘(짐 캐리)은 요란한 머리색만큼이나 예측불가능 기분파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을 우연히 만난다.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이끌려 설레는 감정을 나누지만 사실 그�
여자들은 이해 못하는 남자들의 세계에 스포츠가 있다. 오죽했으면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남자들의 대화가 군대에 이어 축구라는 농담이 있을까. 그래서 여자들은 스포츠와 경쟁하려고 한다. 남자들에게 물론 스포츠와 애인은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연인들은 갈등한다. 패럴리 형제의 신작 ‘날 미치게하는 남자’는 이 같은 보편적인 애정문제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재기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다. 스포츠 광팬들 ‘저건 내 이야기’‘날 미치게하는 남자’는 영국 출신의 인기작가 닉 혼비의 자전적 소설 ‘피버 피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축구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이 소설은 영화에서 열혈 야구팬과 사랑스러운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엮어가는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로고의 글씨체를 본뜬 오프닝 크레딧이 말해주듯, 이 영화�
경제력에 가사능력까지 갖춘 가정적인 남성을 이상형으로 꼽는 현대사회. 여성가족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4만명이상의 남성이 ‘전업주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상에서 이들은 숨어 있으며, 들어난 소수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편견에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유선동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스터 주부퀴즈왕’은 남자들도 떳떳하게 주부가 되자고 이야기한다. 한석규가 오랜만에 코미디로 돌아와 애환 많은 전업주부 남성을 맡았고, 신은경이 커리어우먼 아내로 분했다. 목돈 필요해 퀴즈프로그램에 출연핸섬한 마스크와 친절한 매너, 해박한 상식을 지닌 명문대 출신의 진만은 경력 6년 차의 전업주부다. 방송 진행자인 아내의 출근을 세세히 돕고 애교만점 귀여운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등 온갖 집안일을 도맡는 등 진만은 평범한 ‘동네 �
퇴물 감독이 고대했던 대작 연출을 맡게 되지만 눈이 멀고 만다. 눈이 먼 것을 숨긴 채 영화를 찍는다는 기막힌 설정은 ‘찰리 채플린을 잇는 우리시대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불리는 우디 앨런의 신랄한 자기고백이다. 2002년 55회 칸 영화제 개막작 ‘헐리우드 엔딩’은 재기발랄한 설정과 위트 넘치는 대사들로 영화산업에 대한 앨런의 애증을 풀어낸다. 눈 딱 감고 찍어볼까?한때 헐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수상했던 왕년의 대박감독 발 왁스만. 화려한 날은 가고, ‘다시 영화를 찍고 싶다’ ‘맡겨만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만 해온 지 벌써 10년째다. 별 볼일 없는 CF나 찍으며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간절히 원하던 컴백의 찬스가 주어진다. 읽는 순간 그림이 딱 나오는 최고의 시나리오에 6,000만불짜리 초대박 프로젝트 ‘�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 이 로맨틱한 소재는 ‘내가 언제 범죄의 표적이 될지 모르는’ 현대 사회에서 공포로 돌변할 수 있다. ‘나이트 매어’ ‘스크림’ 등으로 유명한 공포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의 신작 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는 인간관계와 여행, 테러, 폐쇄 공간 등의 본능적 공포들을 재료로 스토리를 구성해낸다. ‘퀸카로 살아남는법’ ‘노트북’ ‘핫칙’의 레이첼 맥애덤스가 치명적 위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부둥치는 피해자로, ‘배트맨 비긴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28일 후’의 킬리언 머피가 보통사람의 일상을 위협하는 잔인한 가해자로 등장한다. 로맨틱한 그 남자, 냉혹한 암살자로 돌변마이애미로 가는 야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기다리던 미모의 호텔리어 리사(레이첼 맥애덤스)는 기상 악화로 비행기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