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줄기차게 팔아치우면서 최근 2개월 누적 순매도 규모가 5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 성질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내놓으며 방향성을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누적 순매도 금액은 5조6400억원에 달한다. 33거래일 가운데 지난 6일 하루를 제외하고 32거래일동안 줄기차게 팔아 치웠다.
지난 6일의 경우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간외 거래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3거래일 연속 순매도라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에 근거하면 역대 외국인 최장 순매도 기록인 지난 2008년(6월 9일~7월 23일) 33거래일 기록에 버금가는 규모인 셈이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로 일관하는 것은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원화 약세와 중국 경기침체로 인한 신흥국 시장 위험회피 심리 가중,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중동계 오일머니의 자금회수 등의 복합적 원인이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신중호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의 주된 배경은 위안화 절하에 따른 원화약세와 원유시장 변동성 때문"이라며 "두 요인 모두 서로 배타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굳이 분류한다면 원유시장 변동성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가 주 원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매매 패턴의 열쇠는 국제유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매매 방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TB투자증권 김윤서 연구원은 "국내증시에서 고강도 매도를 나타내고 있는 사우디와 중국의 공통된 특징은 자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문제는 외환보유고 청산배경이 양 국가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가 발단이 됐다는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유가하락, 중국의 경우 위안화 약세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주식 매도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뿐 만 아니라 유가하락과 위안화 약세는 그 자체만으로 매크로 위험을 상승시켜, 국내증시의 유럽계와 일본계 자금유출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부국증권 김성환 연구원도 "신흥국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환차손 외에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들의 자금 이탈 기조를 고려하면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미 있는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중동계 자금 이탈이 한계점에 도달한 만큼 순매수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미국계 자금이 안정적인 매수를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외국인 매매패턴의 변화는 중동계와 유럽계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11조로 에스오일 지분투자(5조6000억원)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잔여물량은 5조4000억원으로 보인다"며 "2008년 이후 사우디자금의 누적순매매로 보더라도 추가매도 규모 2조원 수준으로 중동계(사우디) 자금의 추가 매도여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계 매도는 영국계가 주도하고 있는데 영국계 자금은 추세적인 패턴 보다는 유로캐리과 연동된 매매를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유럽계 자금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는 시점에 변화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증권 이은택 연구원도 "외국인 매매에서 중동계(3%)와 중국계(1%)의 파워는 미미하기에 시황에 따라 움직이는 나머지 자금(96%)의 향방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이들 국가의 매도세는 부정적 요인이지만 이보다 매크로 변화에 따른 다른 외국인 매매가 훨씬 중요하다"며 "따라서 비관론 보다는 점진적 매수가 효과적인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