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9일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발표 결과, 15개국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자 2,939명, 사망자 최소 106명. 전세계적으로 사스가 창궐,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과연 사스에서 안전한가?
발병 가능성 열려 있다
사스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의들은 몇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 잠복기간이 최장 2주나 되는 사스의 특성상
환자들에게서 아직 발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꼽았다. 독감이나 기타 다른 전염성 바이러스에 비해 사스의 전염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다는 점도 전문의들이 드는 하나의 이유다.
전문의들의 지적은 한결같이 아직 발병하지 않았을 뿐, 발병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사스 발병국들과의 교류가 빈번하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중국이나 홍콩 등지를 방문했던 내·외국인에게서
사스와 증상이 유사한 환자가 속속 발생하고 있어, 국립보건원 등 관계 당국이 초긴장 상태다.
보건원의 한 관계자는 "홍콩이나 중국 등 위험지역에서 하루에 최고 3천명씩 입국한다"면서 "사스 잠복기가 최대
2주인 점으로 미루어 환자 발생의 여지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원은 사스 환자로 추정될 경우 주변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지정된 격리병원에 강제 입원시켜 치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스 환자가 외부와 연락을 끊는 등 잠적할 경우 전단을 통해 공개 수배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스 위험지역 입국객 가운데 환자로 강력히 의심될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 등 혈청검사를 강제로 실시할 예정이다.
보건당국, 정보기관 손발 안 맞아
보건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기관과의 협조체계에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스 공포는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28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타이베이로 간 대만인이 사스 감염자로 밝혀졌다는 정보가 국가정보원에 의해 처음 입수됐으나,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대만 언론에 보도된 지 48시간만에야 접할 수 있었다.
보건 당국은 그제서야 탑승객에 대한 추적작업을 부랴부랴 서둘렀다. 이들 탑승객들, 특히 문제의 대만인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큰 주변 탑승객들의
사스 감염 위험은 지극히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들 중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 한국에서의 사스 확산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한편, 사스에 걸린 이후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도 최장 6개월 동안 사스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홍콩 위생서의 4월9일 발표에 따라
2003년 내내 전 세계는 사스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