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
"아파트 매수 문의가 다시 늘었어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인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시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재건축 단지와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호가가 다시 오름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현재는 가격 조정이 힘든 매물만 남았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갈수록 호가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강남지역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강남지역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위헌 논란을 빚은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도입했는데도 강남 아파트를 사겠단 사람이 팔겠단 사람보다 많아졌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세금과 대출, 청약, 공시가격 현실화, 공급 대책 등을 총망라한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강남지역의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면서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강남에서 서울 전 지역, 수도권, 지방으로 확산한 집값 상승세가 다시 강남으로 회귀하면서 정부의 잇단 규제에 대한 내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남지역 집값은 상승세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일제히 상승세로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4일 기준) 강남지역(11개 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상승했다. 특히 송파구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0.08%로, 지난 7월13일(0.13%) 이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0.04%)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서초구(0.06%)와 강남구(0.06%) 역시 지난 7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저금리 유동성 확대, 입주물량 감소 및 전세수급 불안 등으로 매수세 소폭 증가한 가운데, 강남4구 주요 단지 및 정비사업 기대감 있거나 상대적 중저가 단지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5차(전용면적 115.24㎡)는 지난달 9일 30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돼 종전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27억8000만원으로 3개월만에 약 3억원 올랐다. 또 지난달 7일 19억원에 거래된 개포 주공5단지(전용면적 53.98㎡)는 불과 일주일 사이 1억원이 오르며 손바꿈됐다.
또 강남지역은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아파트를 사겠단 사람이 팔겠단 사람보다 많아졌다.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강북을 추월했다. KB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1월 한때 70대까지 떨어졌던 매수우위지수가 12월 첫째 주(7일 기준)에 강남(104.6)과 강북(103.0) 모두 100을 넘어섰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도심의 공급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강남지역 아파트들의 희소성이 부각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집중되고, 다른 지역보다 탄탄한 수요 역시 집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대책만으로는 강남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공급 제한으로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나 신축 아파트들의 희소성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강남의 경우 교육과 기업, 생활인프라 등이 집약돼 있어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만큼 양질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강남지역 집값은 정부의 대책이 나온 직후에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적정량의 신규 물량을 공급하는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