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아래 진실화해위)는 보안사(현 국군기무사령부)가 민간인을 가혹행위를 한 인권침해사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했다.
진실화해위는 '구명서 간첩조작 의혹사건'을 국군기무사령부의 사건 관련 자료와 재판기록, 판결문등을 분석ㆍ검토했으며, 당시 수사관을 비롯해 관련 참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1985년 당시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국군보안사령부(아래 보안사)가 조총련계 인사와 접촉하고 간첩행위를 했다며 구명서(당시 33세)를 강제연행한 뒤, 가혹행위를 가하고 범죄사실을 허위로 조작해 처벌한 사실을 밝혀냈다.
구 씨는 한식당을 운영하던 중 단골손님으로부터 '사업에 도움이 될 사람'이라며 재일교포 K씨를 소개받은 뒤, 사업자금을 얻을 목적으로 5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교포 K씨를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당시 보안사 공작과는 재일(在日)협조망을 통해 조총련계 재일교포와 내국인의 접촉사실을 내사하던 중 제보를 통해 구 씨가 조총련계 인사와 접촉한 사실을 인지하고 1985년 9월 서울506보안부대 수사관들이 구 씨를 영장 없이 자택에서 강제 연행했다.
서빙고 대공분실로 연행된 구 씨는 수사관으로부터 구타, 잠 안재우기,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보안사령부 공작과로 신병이 인수인계된 뒤에도 구속영장이 집행되기까지 41일 동안 갈월동 대공분실에서 구타, 손가락꺽기 등의 고문을 당했다.
또한, 구 씨는 강제연행 후 기소될 때까지 79일 동안 변호사 접견 및 가족면회가 금지되는 등 외부와 차단된 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구 씨는 평양에 다녀온 사실과 K씨에게 포섭돼 지령수수, 기밀탐지 등 간첩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 허위로 자백했고,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는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 명의를 빌어 수사기록을 작성했다.
허위자백한 구 씨는 국가보안법 상 금품수수, 국가기밀 탐지 수집 등 혐의로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의 형이 확정돼 복역하던 중 1991년 5월 가석방되어 출소했다.
이번 진실화해위의 조사결과, 구 씨는 일본에 건너가 재일교포 K씨를 만난 사실은 있으나 K씨가 재일지도원이라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고, 유죄증거로 제출된 K씨의 영사증명서 역시 수사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명서가 수집ㆍ탐지ㆍ누설한 군사기밀과 녹용수입 절차 및 관세 등은 사실과 맞지 않거나, 누구나 알고 있고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구명서가 간첩행위를 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에 다녀왔다는 구 씨의 진술 역시 대공분실에서 수사관으로부터 구타, 물고문 등 가혹행위와 추궁에 못 이겨 허위로 진술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구 씨 뿐만 아니라 단순 참고인들도 대공분실에 연행돼 공포스런 분위기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협박과 구타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할 것과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간첩이라는 누명 속에 고통스럽게 살아온 시간은 보상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진실규명은 무분별한 성과위주의 공권력 폐단을 밝혀내는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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