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당시 거제지역 주민들이 야산대 활동을 했거나 협조했다는 이유로 국군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아래 진실화해위)는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1949년 3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 약 3개월간 경남 거제지역에서 이루러진 군·경 토벌대의 야산대 토벌과정에서 최소 38명 이상의 거제지역 주민들이 야산대 활동을 했거나 협조했다는 이유로 국군 16연대, 호림부대, 장승포경찰서 경찰에 의해 희생된 사실을 밝혀내고 이 사건을 발표했다.
거제지역 주민들은 야산대 토벌작전을 벌이던 군·경 토벌대에 의해 일운면 구조라리 인근 야산, 마전동 공동묘지, 신사터 등지에서 고문,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뒤 집단 희생됐다.
군·경 토벌대는 토벌작전 중 야산대 활동을 했거나 야산대에 협조한 주민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을 구타하고 고문을 가했으며, 대낮에 마을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부 주민들을 공개사살하기도 하고 야산대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고한 주민을 대살(代殺)하거나, 동명이인을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살하기도 했다.
군·경 토벌대의 행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입산 뒤 야산대 활동을 하던 일운면 지세포리 이○○은 토벌군이 진주하자 1949년 5월 자수했으나 16연대가 철수하면서 장승포 마전동 공동묘지에서 사살했고, 토벌을 피해 피신했던 구조라리 출신 강○○ 등 3명은 부산에서 연행된 뒤 신사터에서 토벌대에 의해 공개사살됐다.
특히, 일운면 구조라리 경우 밥을 해 달라는 16연대의 요청을 주민들이 거절하자 야산대 협조자를 색출한다며 주민 140여 명을 학교 방공호에 일주일동안 감금한 뒤, 이 가운데 6명을 야산대 심부름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사살했고, 일운면 지세포리에서는 토벌대가 야산대원의 거처를 밝혀내기 위해 야산대원의 처남을 연행해 취조하는 과정에서 구타와 고문으로 마지못해 자백한 사실이 허위로 드러나자 대신마을 모래밭으로 끌고 가 사살했다.
신현읍 수월리에서는 탈영병과 야산대 검거에 실패한 토벌대가 마을로 들어와 관련자 색출을 명목으로 초등학교에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심문한 후 구장과 탈영병의 친척을 끌고 간 뒤 살해했고, 연초면 이목리 경우 좌익활동을 하던 남편의 소재를 추적하던 경찰을 피해 산으로 도망가던 여성이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천곡리에서는 토벌대가 야산의 굴속에서 발견한 허리띠의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동명이인을 살해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모두 38명이나,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 사건 뒤 멸족된 사례 등을 고려하면 희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희생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신원이 확인된 38명 중 청장년층인 20∼30대가 35명으로 전체의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10대와 여성도 각각 2명이나 있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던 민간인들로 야산대에게 식량을 제공하거나 삐라 살포, 포스터 부착 등 단순 협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의 가해 주체자인 국군 16연대는 거제지역에서 실시된 토벌작전의 주력부대로 활동했으며, 호림부대 경우 육군정보국 산하에 있으면서 사건 발생기간 동안 '거제파견대' 이름으로 토벌작전에 참여했다.
또 장승포경찰서 소속 경찰은 각 지서경찰들과 대한청년단 등의 도움을 받아 야산대 및 야산대 협조자 색출작전을 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양민학살사건진상조사보고서』(국회),『장교 자력표』(육군본부) 등 사건의 실재여부와 희생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조사와 생존자, 목격자를 비롯해 당시 16연대 사병과 호림부대원, 경찰 등에 대한 진술조사를 실시했다.
진실화해위는 "야산대 토벌작전이라는 명분으로 민간인들을 연행하여 적법한 절차없이 살해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국민의 생명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공식 사과와 군인, 경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시 평화인권교육을 실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령사업을 지원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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