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부모와의 관계나 에피소드를 유권자에게 소개하면서 열렬한 선거운동을 벌인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보통 사람들과 별 다를바 없는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의 전직 대통령 자녀들은 아버지의 권력으로 각종 비리와 연루돼
쇠고랑을 차는 경우가 많다. '왕자'로 군림해오다, '범법자'로 내몰린 전직 대통령 아들들.
반복되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근본적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지난 9월15일 운명의 두 사람이 법정에 나란히 서 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을 연출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구속적부심을 받기 위해 나탄났다.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자해소동에 이어 단식투쟁을 벌여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오후엔 같은 자리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섰다. 1998년 한전 석탄납품 비리와 관련,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 10월이 선고된 상태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울증과 당뇨 때문에 형집행정지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홍업씨는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검찰은 다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현철과 김홍일씨는 부친의 ‘정치적 동반자’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의 운명이 순탄치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수립 이후 대통령들 모두가 자녀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인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각종 비리와 연루되면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거나 철창 신세를 지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씨는 상습적인 마약투여 혐의로 2002년 4월29일 다섯번째 구속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는 1990년대 초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19만2,000달러를 밀반입한 사실이 적발돼 두 차례 조사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1995년 부친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검찰의 조사 받았고, 이듬해 재국씨를 포함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3형제가 12.12 및 5.18 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조사를 받았다. 특히 차남 재용씨는 지난 7월 71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33억원을 선고받았다.
역대 대통령 아들 중에서도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와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씨는 주목할만한 특징이 있다. 특히, 문민정부 시절 국정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해 ‘소통령’ 이라 불린 김현철씨는 1997년 말 증여세포탈죄로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6개월간 수감생활을 하고 이듬해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철씨는 1992년 대선때 부친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 ‘소통령’으로 군림해 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람과 돈이 자연 현철씨에게 몰렸고, 메디슨 특혜의혹과 한보사건 등 갖가지 비리에 연루되면서 서서히 몰락하더니, 한보게이트 청문회로 YS 정권까지 무너뜨렸다.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잇따라 사면, 복권 등의 조치로 피선거권을 회복해 4.15 총선에 출마했으나 총선을 눈앞에 두고 또다시 ‘안풍(안기부자금 선거유용 사건)’ 파문에 휩쓸려 쓰디쓴 고배의 잔을 마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아들과 정치적 동지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결국 3형제는 각종 비리와 연루되면서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2002년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의 잇달아 구속됐고, 장남 홍일씨만이 사법처리를 면했다.
세 아들은 DJ정권 말 3대 게이트인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햄심인물로 등장해 법적, 도덕적 심판을 받았다. 김홍일 의원은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 거액의 선거자금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았고,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인물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여운환과 접촉한 것이 문제가 됐다. ‘3대 게이트’에 모두 연루된 홍업씨는 기업체로부터 청탁 명목 등으로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징역 2년이 확정됐으나, 그 해 9월 우울증 등의 증세로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석방됐다. 막내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청탁 등의 대가로 기업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