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 대학 또는 연구소에 앉아 그 방면의 공부를
계속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신문이나
잡지에 가끔 글을 쓰는데 읽어보면 결론은 대개
우리나라의 경제가 매우 어려운 고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날마다 실림꾸리기가 어렵다는데…
크고 작은 기업체의 장으로 실물경제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의견을 교환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열이면 열이 모두 입을
모아 경제적 위기가 눈앞에 보인다고 한다.
IMF의 한파가 몰아쳤을 때에는 그래도 난국을
타개해 나가려는 정신적 자세가 확고하였으므로
이럭저럭 그 위기를 이겨낼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너나할것 없이 정신적으로 헤이해져 뻔히 내다보이는
경제난국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별로 배운 바가 없는 서민 대중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이들은 아담
스미스가 누군지, 마르크스 경제학이 무엇인지,
케인즈의 학설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론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 리가 없다. 시장경제라는 낱말의 깊은 뜻은
모르지만 그리고 어떤 통계자료도 갖고 있지
않지만 쌀값, 기름값, 채소값 등에 대하여는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이 사람들이 나라의
경제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뭐라고 하고 있는가. 못살겠다는
것이다. 위기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날마다의
살림을 꾸려나가기가 힘에 겹다는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의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당국자의
발언은 이로 인해 더 늘어날 실직자들의 초라한
모습을 그려보게 하는데 IMF를 극복한지 오래라고
떠들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쓸어버려야 할 기업이
아직도 많다고 하니 국민은 정말 어리둥절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앞뒤가 다 캄캄한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의 나라가 왜 이꼴인가.
스스로 경제를 챙겨야겠다고 누차 강조한 대통령이
왜 경제를 챙기지 않고 버려두어 오늘 이 나라
경제를 이 지경에 다다르게 했는가.
현대는 살리겠다는 것인가 죽이겠다는 것인가.
사자라는 무서운 동물이 새끼들을 키우는데,
이것들을 낭떠러지에 내던져 기어올라오는 놈은
젖을 먹여 살리고 올라오지 못하는 놈은 죽게
내버려둔다더니 오늘 경제를 다루는 정부의
입장이 그런 것 아닌가.
빈사상태에 빠진 현대건설을 향해 정부와 채권단은
감자(減資) 및 출자(出資) 전환 동의를 정식
요구키로 하였다는데 그 표현이 하도 어려워
그 내용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대주주인 정몽헌 회장은 경영권을 박탈당하게
된다니 결국 현대의 모체인 현대건설이 정주영
씨 생전에 쓸어지는 결과가 되는 것이 아닌가.
현대건설이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니 그것은 사형선고도 염두에 두고
일을 처리하라는 정부의 잔인한 한마디가 아닌가.
정주영 회장은 금강산관광사업으로 2천 수백억의
손실을 보았다고 전해지는데 그 사업은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1등공신의
역할을 한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쨌건 남북화해가
(실질적 화해는 아니지만) 현대의 출혈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만도 1천마리를 수십대의 트럭에 얹어 북에
보내주었고 소의 먹이도 실어 보내지 않았는가.
현대의 대북사업이 현대에게 무슨 유익이 되었는가.
현대건설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다.
왜 공기업 퇴출은 없는가
그런데 공기업의 퇴출은 없다. 왜 없는가. 공기업이
걸머진 400조의 빛은 누가 갚아야 하는가. 이른바
국민의 혈새로 밖에는 갚을 길이 없다. 한국통신은
케이블 TV에 멋모르고 뛰어들어 3천억을 투자했다는데
그 투자액의 90%는 이미 날렸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구조조정을 한다더니 월급 적게 받던 사원들은
많이 내보내고 월급이 엄청나게 많은 고위직은
더 늘렸다고 들었다. 그게 어디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경제가 흔들리니까 나라도 흔들린다. 한국의
경제가 나쁘면 김정일 위원장도 우리를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힘꽤나 쓰는 놈들은 여기서
빼먹고 저기서 빼먹고!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김동길 박사 <http://ww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