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해가는 국가정책이 절실하다
‘포부와 희망, 갈등과 절망’이 다양하게 점철된 2000년 한해가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간다.
돌이켜보면 새해 첫날 붉은 태양이 동녘을 박차오를 때 우리는 얼마나 열광하고 환희에 찼던가. 무엇이든 될 것 같고 무엇이든 성취할 것만
같았다. 냉전의 시대가 가고 평화의 시대가 찾아올 것 같았다. 남북이 물꼬를 트고 IMF는 분명 극복할 것 같았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하지만 우리는 아주 착찹하다. 기름값이 요동하고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다. 농민들이 길거리를 막아서고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주부들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발걸음으로 시장을 나서고 있다. 실업자들은 시시각각 거리로 쫓겨나고 노숙자들은 살얼음 추위에
거적대기를 들추고 있다.
우리의 피땀과 눈물로 점철된 기업들은 외국에 속속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전전긍긍한다. 서민들은 어떻게 쓰여진지
알지도 못하는 공적자금에 세금만 불어날 형편이다. 이대로 가면 과연 자식들마저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인구는 많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 처지에 각박해진 국제경쟁속에 혹시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수출은 점점 힘들어지고 수입은 자꾸 늘어나니
무역수지 적자폭만 늘어난다. 석유 한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1천만대의 자동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도 날로
수입품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무역 역조현상과 지속적인 수출입 불균형 상태는 결국 국민불안으로 파급된다. 그러면 어떤 특효약을 마련해야할까. 가장 시급히 해야할
것이 진단과 처방이다. 정녕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처방전을 내야하는 것인가.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해결 가능한 정책을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순서이다.
병원에서 환자의 치료방향을 환부진단에서 찾아내듯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국민 속에서 찾아야한다. 정부와 지도자가 국민을 정말 두려워 해야한다.
대통령과 지도자들은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하고 국민 고통을 체감해야한다.
권력주변에 부정부패가 있는지 알아야한다. 엄동설한에 군장병들이 보급품을 제대로 받고 밥과 반찬을 찾아먹는지 확인해야한다. 고아원의 어린이들이
차디찬 냉방에서 떨고 있는지, 장애자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지 알아야한다. 노인과 부녀자들이 생활고로 길거리에 쫓겨나는지 챙겨야한다.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고 근로자 급료가 밀리지 않는지 알아야한다. 청소년들이 밤거리를 헤매거나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열악한지 파악해야한다.
자본시장이 기능을 찾아가고 금융기관 대출제도에는 문제점이 없는지 알아야한다. 농어민들이 구조적인 빚더미에 허덕이거나 기업지원자금이 낭비되지
않는지 알아야한다.
국회는 민생을 외면하고 실속없는 사안으로 투쟁을 일삼지 말아야한다. 국민의 소리를 정확히 듣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한다.
통일문제든 경제문제든 국민의 아픔을 반영하고 계도하며 희망을 주어야한다. 영문도 모르게 엄습한 IMF체제와 경제한파에 가슴이 멍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한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언론에 소홀하면 안된다. 언로를 활짝 열고 재갈을 물려서도 안된다. 언론의 구조적 모순도
알아야한다. 언론에 정부가 특혜를 주거나 사기업화 하는 것도 아주 경계해야한다. 국민의 소리가 올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제 성큼 문턱을 넘어선 21세기. 우리의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예술등 전반에 걸쳐 문제점들을 확실히 진단해 내고 우리 모두가 팔
걷어부치고 해결의 열쇠를 차근차근 열어가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고대경영학과/대학원경영학과 졸업/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경제부차장)/한나라당 논산·금산지구당(현)/시사뉴스주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