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87년 민주화를 거쳐 97년 IMF외환위기 이후 10년을 맞는 시점, 이제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사회 만연한 양극화 현상, IMF외환위기 이후 본격 도입된 신자유주의…. 한국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저자이도 한 장하준(케임즈리지대 경제학)교수가 2005년 세모 국회에서 ‘IMF 10년, 한국경제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우리경제 현주소 의표를 찔렀다. 그는 우리경제에 대한 지나친 폄하와 세계경제 추세에 대한 잘못된 이해, 선진국에 대한 환상 때문에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잘못된 개혁을 진행했다고 꼬집었다.
왜 개혁할수록 경제종속은 심화되나
열린우리당 김혁규, 정봉주,조정식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꽤 주목됐다. 특히 자신의 저서 ‘쾌도난마’를 통해‘왜 개혁을 하면 할수록 우리경제의 종속성은 심화되는 것일까. 왜 재벌을 손 볼수록 외국자본만 이득을 얻고, 수출은 늘어나는데도 불구 내수는 죽고 노동자는 직장에서 쫓겨나는가’를 거침없이 토로했던 장 교수의 주제발표는 상당한 시선을 집중시켰다.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이기도 한 장 교수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를 제대로 평가하고, 세계적인 추세를 바르게 인식하며,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통한 기술혁신 지속’
장 교수는 “특허국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특허 취득수는 세계 5~6위안에 든다. 세계에서 몇안되는 자체 자동차 엔진을 개발한 나라다”며 “과거 우리 경제모델은 많은 기술발전을 가져왔고 우리는 과거에 이룬 경제성장을 지나치게 폄하하기보다 경제가 더 발전할수록 기술혁신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OECD국가로 4~5%성장하면 잘하는 것은 궤변’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이고 또 경제성장도 4-5%선이면 굉장히 잘 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궤변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성장률이 저하된 것은 경제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걱정할 것이 아니다고 하지만 만약 선진국 기술에 의존해 성장하던 후발성 이익이 줄어든게 성장둔화의 이유라면 둔화는 서서히 일어났어야 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금융 및 기업에 대한 정책과 제도가 변하면서 투자가 크게 줄었다는게 성장 저하의 주원인임”을 간과하지 않았다.
△‘제조업시대 가고 동북아금융 허브?’
장 교수는 지금 정부가 주장하듯 제조업 시대가 끝나고 금융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의 시대가 왔으니 우리도 동북아금융 허브가 돼야한다는 주장역시 ‘섣부르다’는 경고다. 그는 “서비스 가격이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져서 일어난 현상일 뿐 제조업 수요가 절대로 줄어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20세기 뉴욕이 금융중심지가 된 것도 미국이 산업화에서 영국을 추월했기 때문”임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상적 소유지배구조는 없다’‘세계화 시대라도 자본에는 국적이 있다’
장 교수의 지적대로면 기업에 이상적 소유지배구조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소유가 골고루 분산돼 있고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며 외부감시가 강한 민영기업이 이상적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상적 소유지배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도요다,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소유가 분산돼 있는 것 같지만 관련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소위 우호지분이 반이 넘고, 주목할 사실은 이상적 소유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GM이 자동차 회사들중 가장 성적이 좋지않음”을 실례로 제시했다.
장 교수는 또 “세계화 시대에 자본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역시 강대국이 지어낸 이야기”다며 “자본에는 분명 국적이 있다. 순진하게 믿고 따르면 안된다. 프랑스,독일,스웨덴,스위스,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에서는 주요 대기업의 주식을 정부나 정부관련 금융기관이 일정부분 소유해 안정지분 확보를 돕거나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