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지향의 교육제도가 절실하다
최근 주거환경이 아주 좋기로 알려진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오클랜드에 아내와 아이들이 유학하고 있어서 짬을 냈다. 혹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가족들을 유학시키는 과정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자녀들의 유학배경에는 부득이한 사연이 얽히어 있다. 큰 딸이 중학 3학년이던 지난해에 아주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공부를 전교에서 1,
2 등 하던 아이가 성적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원인을 확인하던 중 아내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공부를 잘하고 반장까지 하던 아이가 친구들에게 이른바 ‘왕따’라고 불리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심지어는 테러에 가까운 위협을 받았다는
것이다. 몸집이 작아 체력에서 밀리던 아이가 선생님들에게 귀여움을 받자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시기는 급기야 학교 홈페이지에 갖은 욕설을 올리는 사태까지 번졌다. 엄마가 선생님들과 상담하는 것조차 아이들에게는 성토의 대상이었다.
오케스트라 지휘 중 야유를 받아 단상에서 내려와야 했고, 실내화가 찢겨진 채로 운동장에 버려지곤 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20여건에 이르는 홈페이지 내용을 선생님에게 전달했다. 학교는 문제 학생들을 학생부로 넘겼고 학생들은 사회봉사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지 않았다.
문제 학생들은 일련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다. 처벌을 받은 학생의 친구들은 내용을 알아보지도 않고 교실로 난입했다. 딸 아이를 화장실에
가두기도 했고 심지어 칼부림을 하기도 했다. 딸아이는 계속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아내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고민을 했다. 인근지역으로 전학하는 것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 해외로 떠나기로 결심을 했다.
밤마다 악몽에 허덕이던 딸아이는 6개월이 지난 지금 공부를 잘하고 있다. 성적이 선두그룹이고 상을 6개나 받았다.
딸아이의 사례는 어쩌면 극단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평준화 교육제도가 낳은 학교 교육의 현실적인 문제점이다. 실력 편차가 크게 나는 교실에서는
하향평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나가는 아이들을 끌어내리는 한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과목의 축소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뉴질랜드와 같은 교육 선진국을 보면 중·고등학교 학습과목이 7∼8과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외국어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보면 영어와 수학, 과학·컴퓨터·회계학·일본어·음악등 7개 과목이다. 중학교 1학년 과목은 영어와 수학, 과학·사회·미술·체육·스페인어다.
초등학교는 영어와 수학, 과학과목으로 꾸며지되 주로 테마 수업으로 진행된다.
결국 언어와 수학, 과학 과목외에는 대부분 자신이 즐겨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나라처럼 13∼14개 과목이나
되는 지정 교육이 아니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음악이나 미술, 체육의 실기를 위해 과외수업까지 받아야하는 현상은 없다.
필자는 삼성그룹이 사원 재교육을 위해 연간 7천억원을 투입한다는 자료를 본적이 있다. 대기업이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우리 교육을 믿지 못하고
엄청난 재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서 교육이 이제 수요자 지향적으로 크게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서반어등 주변국가의
언어교육을 강화하고 수학과 과학 과목외에는 선택의 폭을 넓혀 국제흐름에 발맞춰 나가야한다고 본다.
세계는 격변하고 있다. 변화를 꺼려서는 안 된다.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는 시대에 걸맞게 바뀌어 가야한다. 국제교역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계속해 가야할 미래의 국가 비전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 그리고 선진 사례를 견주어가며 보다 발전적인 교육제도를 채택해 가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나라당 논산·금산지구당(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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