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은 필요하지만 붉은 독재를 경계해야 한다
‘Be
The Reds!’월드컵축구대회에서 우리 나라가 승승장구를 하고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면서 ‘붉은악마’ 응원팀의 티셔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붉은악마’의 응원이 분명 자발적인 애국심의 발로로 보고 있다. 뜨거운 열기와 열정적 갈채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응원 열기와 함께 불티나게 팔린 붉은 티셔츠의 문구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Be The Reds!’ ‘그저
붉은악마가 되자!’라고 넘어가고 싶다. 그렇게 위안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빨갱이가 되자!’라고 자꾸 해석되는 것은 필자만이 지나치게
과민한 탓일까?
한국이 폴란드 팀을 물리치고 그토록 염원하던 16강에 오를 때 일이다. 폴란드 감독이 붉은 색에 두려움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공산주의 치하에서 적색공포증에 시달리던 폴란드가 한국의 붉은 응원단의 열기에 압도되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 나라가 적색 공포증에서 벗어났다고 적고 있다. 붉은 색의 장점을 찬양하기도 한다. 필자도 적색에 대해서 호감은 있다.
눈에 쉽게 띄고 열정적인 느낌도 좋다. 붉은 장미도 좋아한다. 우리 나라 국기의 태극 무늬 절반도 붉은 색이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한 기억은 분명 다르다. 지난 해 금강산 여행객의 일원으로 장전항에 들어갔을 때 예상했던 대로 북한주민들은 초라했다.
옷차림만 남루한 것이 아니라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계적이었다. 그들이 부르짖는 정상적인 공산주의가 아니었다.
자유가 없었다. 대화와 행동의 자유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잘살지 못했다. 오죽하면 자신의 고향산천을 등지고 중국으로 탈북한 북한주민들이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하지 않는가? 부시 대통령의 말처럼 ‘자신의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나라’는 곧 ‘독재국가’다.
필자가 눈으로 본 북한도 ‘이상적인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고 ‘공산주의를 빙자한 독재국가’였다. 그들은 자연환경을 엄격히 보호한다 하면서도
금강산 구비마다 아름다운 바위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은 엄청나게 큰 붉은 글씨로 새겨 넣고 있었다.
그들은 민족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우리 동포끼리 나라를 이끌어 가는데 미국처럼 외세가 왜 필요 하느냐’고 물었다. ‘군비를 축소하기 위해
군대를 10만 명 규모로 축소를 주장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전혀 믿을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가난하게 사는 나라. 자유가 없고 마음대로 왕래를 할 수 없는 나라. 이것이 오늘의 북한 공산 독재체제의
현 주소다. 이들은 호시탐탐 우리의 젊은이들 사이에 이념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상아탑에서 자유를 마음대로 누리며 공부하고 있는 대학캠퍼스에
붉은 색 깃발이 나부끼는 사례가 많다. 부르짖는 구호나 노래 가락도 가끔 염려와 우려의 선을 넘어서고 있다. 학생운동 과정을 거쳐 노동
운동이나 정치권에도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결과가 분명하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는 공산 독재. 우리 나라와 민족을 어렵고 고통스럽게 한 공산 독재. 이 붉은 독재만큼은 분명 월드컵의
붉은 응원 열기와 구분해야한다. 또 북한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빌미를 주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지성인들 사이에서는 지금 대선을 앞두고 ‘북풍’을 걱정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이 ‘답방’ 형식으로 서울에 오거나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선에 영향을 주는 술수를 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붉은 색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착각은 분명 착각이다. 월드컵의 붉은 색 응원 물결은 붉은 독재를 옹호하는 파도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고추장 같이 맵고 김치처럼
붉은 애국심의 발로다. 뜨거운 혈기이며 용솟음치는 젊음이다. 민족의 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응집력의 발현이다.
이제 월드컵 신화로 우리 민족과 우리 겨레는 다시 뭉쳤다. 흥분을 가누고 자세를 가다듬자. 그리고 다시 일어서자. 이제는 손에 손잡고 ‘오∼
필승 코리아’를 다시 외치며 경제를 일으키자. 월드컵의 신화를 창조하듯 ‘경제의 신화’를 기필코 이루어내자.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