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마감일이 6월1일로 다가왔다.
대기업 몫의 시내면세점에는 호텔신라-현대산업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7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중 2곳이 승리의 월계관을 쓰게 된다.
중소·중견기업 몫 1곳에는 파라다이스 그룹, 유진기업, 하나투어 등 4~5곳이 도전장을 냈다.
이들은 모두 이번 면세점 사업이 그룹 부흥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기 불황과 소비침체로 유통업계 전반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내면세점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이 약 700억~1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입지·주차 경쟁력 어디가 좋을까
26일 현재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을 용산 아이파크몰, 현대백화점그룹은 삼성동 무역센터점, 롯데면세점은 '동대문 피트인', 신세계그룹은 서울 명동 본관,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사업지로 최종 확정했다.
신세계그룹은 면세쇼핑의 메카인 명동에 깃발을 꽂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전체를 면세점으로 바꾸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신세계그룹이 면세점 전쟁에서 승리하면 신세계는 인접한 롯데면세점과 명동상권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명동상권에 인접한 동대문에는 롯데와 SK네트웍스가 승부수를 던졌다. 동대문은 명동에 이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지만 면세쇼핑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못해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명동과 동대문 상권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몰려들어 주차대란이 예상된다. 이미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버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선택한 용산 아이파크몰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아이파크몰은 영업면적만 연면적 28만㎡의 국내 최대 규모로, 관광버스 100대를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여의도 63빌딩은 9호선으로 연결돼 공항과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장점이다. 현재 면세점 후보지 중 인천, 김포공항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한화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에 면세점을 유치, 서울 서남권 지역의 관광 진흥 효과를 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경쟁자들 중 유일하게 강남에 터를 잡았다. 현대는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중소기업 상생 전략은
이번 경쟁에는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이 각 150점씩, 300점을 차지한다. 때문에 유통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전략은 중요한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전략은 현대백화점이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는 면세점 경쟁을 위해 모두투어 등 여행·호텔·면세점·패션 관련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했다.
모두투어네트워크, 앰배서더호텔그룹인 서한사, 인천지역 공항·항만·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엔타스듀티프리, 개성공단과 크루즈선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현대아산, 패션·잡화업체 에스제이듀코, 제이앤지코리아 등이 현대백화점그룹과 힘을 합쳤다.
롯데면세점도 중소 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함께 면세사업을 진행한다. 롯데는 중원면세점과의 판매 품목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롯데는 패션·시계·액세서리 등을, 중원면세점은 술·담배·잡화 등을 취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신세계의 경우도 '중소기업 명품 인규베이팅' 전략을 내놓고, 중소·중견기업 제품과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작품을 면세점에 입점시켜 글로벌 명품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상생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재벌과 재벌의 합작인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협업은 동반성장의 정신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사업을 통해 용산에 관광객이 유입되면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상인들이 혜택을 입을 것이며, 이를 통해 상생을 실천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영능력과 독과점논란…기존 스코어는?
서울시내에는 현재 6곳의 시내면세점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면세점은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로비점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강남구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중구 신라면세점 ▲종로구 동화면세점 ▲광진구 워커힐 면세점이다.
롯데는 6곳 중 절반인 3곳의 면세점을 이미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신규로 추가 사업권을 따내면 4개의 사업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독점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관세청은 대기업 독점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존 사업자에게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특허권을 이어주던 정책을 바꿔 5년마다 경쟁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롯데가 이번에 사업권을 따내게되면 기존의 소공동·잠실 면세점 사업권이 만료되는 12월에 불똥이 튀어 사업권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경우 독점논란을 피하기위해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신규사업자와 손을 잡았다. 최고 수준의 입지와 독점논란 희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정용진·이부진·정지선 누가 이길까
이번 면세점 쟁탈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한 판 승부이기도 하다.
범삼성가의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은 범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고 시내면세점 쟁탈전에 나섰다.
또 다른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은 중견·중소기업과의 연합이라는 예상 밖의 패를 내놓으며 경쟁자들을 긴장시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세계의 상징이자 모태인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시내면세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중소기업 면세점은 누가 차지?
중소·중견기업 몫 시내면세점에는 파라다이스 그룹, 유진기업, 하나투어, 한국패션협회 등 4~5곳이 도전장을 내고 경쟁하고 있다. 이들 중 한 곳이 최종 선정돼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파라다이스그룹은 명동에 있는 SK건설의 명동빌딩, 유진그룹은 여의도 옛 MBC 사옥, 하이브랜드는 양재동 사옥을 면세점 입지로 내걸었다.
협회로는 이례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한국패션협회는 10~15개 업체를 모아 컨소시엄을 꾸린 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동대문을 면세점 입지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보증금을 내지 못해서 최종 탈락했던 참존 역시 시내면세점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산업의 매출이 몇년째 역신장하고 있는 가운데 면세점 사업만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통기업들이 면세점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업계는 이번 서울지역의 신규 대기업 시내면세점과 관련, 매출액 9500억원, 영업이익률 10~15% 수준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약 25% 수준의 법인세를 감안할 경우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은 약 700억~1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