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온누리에 정직과 진실이 뿌리내려야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평범한 진리처럼 들리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장상 총리서리가 인사청문회에 물러나는 것을 보고 ‘또 한사람의 아까운 사람이
사장되는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장상 총리서리 사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과연 우리 사회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을까’하고 자문자답했을 것이다. ‘상식적인
처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구나 입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결국 장상 총리서리는 자녀 국적문제와 투기의혹, 학력 기재 착오로
불명예스럽게 중도하차를 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좀더 솔직하고 진실하기를 희망했다. 주민등록 이전도 시어머니의 핑계를 대지 않고 이력서 기재도 본인의 실수라고 답했으면
좋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좀더 정직하고 진솔한 모습이었으면 우리나라 풍토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여성 총리 탄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필자가 최근에 뉴질랜드에 방문할 때 기억이 새롭다. ‘헬렌 클락’이란 여성 수상이 이끄는 이 나라는 사회 생활에서 법질서를 지키고 정직하면
불편함이 없다. 학교시험문제도 단답형 문제보다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묻는 에세이를 중요시한다. 적당히 꾸며대거나 거짓말을 하면
강한 처벌을 받는다.
실제 좋은 사례로 우리 나라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큰 문제가 되는 ‘집단 따돌림’이 발생했을 때 관련 교사들이 모두 모여서 충분히 협의해서
끝까지 완벽하게 처리한다. 관련 학생들과 학부모까지 불러 청문회를 하듯 차근차근 정리, 사후 문제 발생이 없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문에서 개운한 처리가 없고 언제나 뒤끝이 남는 것은 웬일일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들 이정연씨의 키가 179cm인데 45kg으로 면제받은 것이 문제의 초점이다.
5년 전에 불거진 문제가 아직도 미궁으로 남아있다. 대명천지에 몇 년 동안 사건이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경쟁 속에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염려하는 토론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국회에서 청문회 하는 과정도 매우 전근대적인 모습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질문자가 목소리를 높이고 자기선전을 늘어놓는다. 상대방이 대답하려면
‘됐어요!’하며 말을 끊어버린다. 마치 죄인 다루듯이 하는 것이 청문회의 전형으로 비쳐진다. 지성인답게 논리적이고 문제의 핵심을 들춰내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경제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적자금 문제가 수년에 걸쳐 불거져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장본인들은 국내외에서 아직도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인양 언론에 비쳐지기도 한다.
문화예술계의 연예인 금전거래문제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송국 PD들이나 연예 담당 기자들을 구속하면서도 구체적인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완벽한 처리는 뒷전에 두고 적당히 봐 주기식 얼버무리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미진한 처리는 결국 문제를 주기적으로 다시 나타나 서민들을
분개하게 만들고 있다.
정직하지 못하고 부정을 저질러 구속된 사람들이 줄을 잘못 서거나 재수가 없었던 것으로 비쳐지는 흐름이 과연 바람직할까. 이런 풍토는 결국
선거 출마자들 중에 상당수 사기전과나 파렴치한들이 나타나는 추세로 귀결된다. 정직하지 않게 부정축재 한 사람들이 국가와 지방예산을 칼질하겠다는
심산이다.
부정을 하고 비리를 저질러 놓고 버젓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는 뻔뻔스런 풍토는 분명 사라져야한다. 이 상황에서 이회창후보가
‘병역비리가 있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선언은 주목을 끈다. 잘못은 분명 책임지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신뢰를 찾아야한다. 작은 일부터 정직과 진실이 뿌리 내려야한다. 거짓말이 사라지고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는 사회로 발돋움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어떤 한 사람의 의지나 야망에 휩쓸리지 않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