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발 경기 둔화로 신흥시장의 경제 불안이 확대되면 우리나라 경제에도 전염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제17차 금통위 의사록(9월11일 개최)'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우리 경제가 신흥국과 차별화될지 여부를 주요 현안으로 꼽으면서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비책 마련을 당부했다.
A금통위원은 "과거 미국의 금리인상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신흥국의 실물경기 하강국면에서 시작되고 있고, 우리 경제도 최근 중국 등 신흥경제와의 경기 동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흥시장의 경제 불안이 확대될 경우 자본, 무역 경로를 통한 전염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유출된 외국인 투자자금 규모는 다른 국가에 비해 크지 않지만 유입 자금의 특성상 주식자금은 단기투자 성향이 높고, 환율변동에 민감하며, 채권자금도 신흥국 자금 비중에 비해 높아 미국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면 예상외로 자금 유출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위원도 "아직까지 외화자금 사정이나 대외차입 상황이 안정적이고 해외 단기차입금의 회수 압력도 미미한 상황이지만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의 경제 문제가 중첩되면서 우리 경제도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될 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위원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일부 신흥국과 일본, 유로지역 등을 중심으로 추가 양적완화 정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높아졌다"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만만치 않은 추가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D위원은 "중국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것은 산업구조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재조정되는 과도기적 상황에 상당한 원인이 있고, 최근의 주가 폭락도 그간 과도하게 오른 주가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최근 중국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는 과도한 면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한 금통위원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도 파급력이 큰 리스크이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이 이미 예견됐고,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있더라도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오히려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연준이 올해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하고 그 이후 금리인상 속도를 천천히 가져갈 경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에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지만 금리정책 외에 다른 정책수단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금통위원은 "경기 부진과 금융 불균형의 우려 속에서 금리 이외의 정책운용을 적극적으로 강구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그동안 수요 진작을 위해 완화정책을 중심으로 대응해왔지만 성과가 충분하지 않았던 만큼 공급 역량강화나 경쟁력 제고의 시각에서 경기 회복의 동력을 찾는 방향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은 "최근 경제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기순환적 요인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대외 요인에 더 크게 기인한다"며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으로 성장세 회복을 뒷받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구조개혁을 실효성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