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수입차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20만대를 넘어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중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판매량은 19만6543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19만6359대)을 넘어선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20만대 시대를 맞게 됐다.
수입차 시장은 매년 성장을 지속해왔다. 2000년에 4414대에 머물렀던 수입차는 2002년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2011년에는 10만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0년 0.4%에 그쳤으나 2010년에는 6.92%로 올라섰다. 점유율은 ▲2011년 7.98% ▲2012년 10.01% ▲2013년 12.10% ▲2014년 13.92% 등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점유율은 16%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입차의 약진을 거듭하는 것은 다양한 차종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는 무려 450여 종에 달한다. 가격마저도 초기 시장 진입 때보다 저렴해졌다. 이에 따라 오래 전에 '수입차=고가차'라는 공식이 깨졌다.
개성을 강조하는 2030대 젊은층의 소비 패턴도 한몫을 했다. 수입차 구매자 중 30대의 비율은 2003년 27.0%(2위)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8.0%(1위)까지 늘어났다. 20대(2014년 7.9%)까지 합치면 전체의 절반(45.9%)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수입차 시장은 연간 25만~30만대, 점유율은 20%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S센터·부품비·카푸어 개선대책 시급"
수입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적지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입차 업계가 판매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할 뿐 애프터서비스(A/S) 등 고객관리 노력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의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428개(9월 기준)에 불과하다. 국산차 서비스센터(3500여 개)와 비교하면 1/8 수준에 불과하다.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 보니 수입차의 평균 수리 기간은 8~9일로 국산차(5일)보다 더 길다.
부품값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수입차 부품값은 국산차의 평균 5.5배에 이른다. 일부 부품 가격은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산차 엔진오일 교환비가 4~5만원이라면 수입차의 경우 5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의 경우 수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만, 수입차는 투명성이 떨어진다"면서 "실제로 소비자들이 수리비 계산서를 보고 놀라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고가 수입차를 사업용 차량으로 구입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법인차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가운데 90%는 이런 법인차다. 올해 1~9월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는 개인용 차량(1만5364대) 보다 법인용 차량(1만9526대) 판매 실적이 더 많다.
이는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법인의 영업비용이 늘면 그만큼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다. 개인 사업자는 사업 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수입차를 포함한 고급차 자차보험료를 최대 15%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실행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수입차 구입형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차들이 각종 파이낸스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원금 유예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턱 낮추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원금 유예가 끝나면서 젊은 층의 '카 푸어'(car poor·본인의 경제력에 비해 무리하게 비싼 차를 산 후 궁핍한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가 사회적인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김 교수는 "젊은 층에서 원금상환을 늦추는 할부유예 프로그램을 이용해 차량을 많이 구입하고 있지만, 유예기간이 끝나면 폭탄이 되어 돌아온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와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