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릴레이(5)>
팍팍 쓰는 구두쇠영감
국내 최초 장애인운전기사 채용 ‘덕수콜택시’ 이석팔 사장
탈무드에
보면 ‘자녀에게는 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말이 있다. 순간적인 도움보다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에게도 잠깐의 도움이 아닌 자립할 여건, 즉 든든한 일터를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한 의도에서 ‘덕수콜택시’의
이석팔 사장은 1995년부터 국내 최초로 장애인 운전기사를 채용해왔다.
택시 개조, 특수장비 설치
2000년 장애인취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4만여 명 장애인 경제활동인구 중 28.4%가 실업 상태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전체
실업률 4.8%에 비해 6배 가량 높은 것으로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실행중이지만 여전히 장애인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임을 말해준다. 1995년은
더욱 그러했다. 장애인은 단순노무직정도에만 종사했을 뿐 운전직은 생각할 수 없었던 시기였고 택시운전이 가능한 1종 면허도 개방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전부터 장애인협회를 후원해오면서 후원도 좋지만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급선무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장애인협회와 이 사장은
1종 면허 허가를 위해 동분서주했고 드디어 1995년 첫 장애인 운전사가 탄생했다.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일하고자 하는 사람을 고용한 것뿐입니다.”
장애인 운전사는 1995년 이후 점점 늘어 현재 210명 운전기사의 28%인 60명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이 사장은 기사 개개인의 장애
상황에 맞게 택시를 개조하고 특수장비를 설치했다. 그중에는 두다리가 모두 없는 장애인을 위해 손으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작동케 하는 핸들컨트롤을
장착한 택시도 있다.
“추가로 들어간 돈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성심껏 일해주기 때문에 그런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고마울 때가 더 많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손님들의 반감을 사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조심해서 운전 하기 때문에 사고율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손님도 꺼려하기보다 격려해주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 장애인기사와 비장애인기사도 잘 융합했다.
“모든 운전기사들이 함께 어울리며 일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기쁩니다”라는 이 사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앴다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무료이동봉사 참여
이 사장은 장애인 이동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병원치료 등 외출시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을 위해 자회사 택시로 이동해주는 것이다. 물론 무료봉사다.
“월남한 후 어렵게 살았기 때문인지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보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지금은 장애인 위주로 봉사하지만 점차 대상을 확대해
많은 이들에게 베풀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늘 전깃불을 껐는지 수도꼭지는 잘 잠궜는지 점검한다는 이 사장은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자린고비정신을 발휘하는 ‘구두쇠’다. 그러나
아낄 수 없는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곳간 문을 활짝 열어둔다. 이 사장에게 아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사람’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 개인택시를 사서 나가는 장애인들을 보면 가슴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습니다. 이곳은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서기 위해
거쳐가는 교육장입니다. 저는 언제나 그들, 더나아가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을 것입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