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은 거부한다 ‘장차법’ 제정 우리 손으로”
장애인이 주인된 ‘장애인의 날’ 행사
“장애인의 날에 무엇을 기념하죠? 오히려
장애인들은 이날이 더 싫다고 말해요.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돈 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장애인들에게 생색내는 날로
봐왔거든요. 올해부터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이젠 바라지만은 안을 것입니다. 미약한 힘이지만 장애인의 평등세상을 위해 함께
투쟁할 거니까요.”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달 20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장애인의 이야기다.
그의 말에는 우리 사회 장애인들의 현실 인식과 향후 그들이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주객이 전도된 행사
올해도 어김없이 장애인의 날 행사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정부와 몇 몇 장애인 단체, 장애인 후원 단체들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기념식과 공연 행사를 열었다. 장애인
4천 여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정부는 장애인 복지 유공자들에게 훈장 및 상장을 수여하고, 인기 가수 등을 초청해 축하 공연을 벌였다. 그러나
이 행사에 대한 장애인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여느 해와 같이 무미 건조한 행사였다”
는 의견과 함께 “장애인을 위한 행사인지 일반인들을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장애인들의 행사가 진행될 때는 무관심했던
일반인들이 축하공연에 열광하는 모습은 올해도 재현됐다. 몸이 불편한 대다수 장애인들은 일반인들에게 가려 공연을 보지 못하는 광경도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40여 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은 지난 3월 ‘차별철폐투쟁선언문’을 통해 “장애인의 날을 빌미로 장애인들이
동원돼 들러리를 서는 행사를 거부한다”고 주장 한 바 있다.
장애인이 주인된 420
하루종일 봄비가 내린 지난달 20일. 서울 대학로와 종로일대에는 휠체어와 목발에 몸을 의지한 지체장애인을 비롯해, 시각 청각 언어 장애인
등 3백 50여명이 쉼 없이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안고 길거리로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는 서울 종묘공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결의대회’를 갖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종로 일대에서 거리행사를 진행했다.
장추련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장애인은 복지와 정책의 단순 시혜자가 아닌 일상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결정과 참여에서 주체”임을 강조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와 요구를 절대 중심으로 제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장추련은 또 “장애인은 신체·정신의 내적이고 외적인 모든 유형의 장애와 정도에 따른 장애차별철폐를 선포”했으며 “성과 연령, 학력과 지역,
성적 정체성과 국적, 종교와 빈곤 등으로 억압받는 소수자의 권리를 함께 지지하며 다양성이 존중받고 참여가 보장되는 생명공동체를 지향할 것”을
선언했다.
이후 종묘 공원을 출발한 참석자들은 탑골 공원을 지나 인사동 문화마당까지 행진을 하면서 ‘장차법 제정의 필요성’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렸다.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장애인들은 장차법 제정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등 흥겨운 모습이었다.
한편 대학로 방송통신대학 앞에서는 한 달 동안 진행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마지막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300여명의
장애인, 학생, 시민들이 참여해 대학로에서 종묘공원까지 시가행진을 벌였으며 특히 60여명의 휠체어장애인 참가자들은 쇠사슬로 휠체어와 휠체어를
묶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쇠사슬에 매달은 채로 시가행진에 동참했다.
행진 내내 참가자들은 ‘장애인 차별철폐’와 ‘전쟁반대’ 구호를 외쳤으며, 특히 “시혜와 동정으로 진행되는 정부 주도의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
지난달 15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