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李龍熙·74) 위원장의 노련한 운영으로 ‘여야 싸움거리 많은데’도 조용했던 국회행정자치위원회가 드디어 지난 6월21일 여야가 격돌하는 가운데 법안을 강행 통과시켜 한나라당측의 반발을 야기시킨 촌극이 발생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 등 4개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개정안’이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위직 증설로 국민의 재정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으며 이에 맞서는 여당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행자위 소위에 이어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용희 위원장의 마이크와 의사봉을 빼앗으며 저지에 나섰고 여야가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에 이 위원장은 표결을 강행, 열린우리당 전원의 찬성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즉각 반발 ‘이용희 위원장이 위원장을 벗어나 표결처리한 것은 국회법을 위반한 원인무효’라며 “향후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여당이 강행처리하면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동법안은 6월30일 국회본회의에서 재석 170 찬성 159 반대 11로 통과되었다. 한나라당의원들은 전원 기권했으나 처음의 으름장과 달리 불상사는 없었다.
수의 힘 믿고 강행처리후의 후유증까지 배려
이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여당측의 부득이 하다는 상황설명과 설득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한편 이 위원장은 동법안의 위원회 회부에 앞서 자신의 착찹한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6월 17일 여당 원내 대책회의에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당초 2월에 처리하기로 했다가 6월까지 미뤄진 것인데 한나라당이 다시 다섯가지 이유를 들어 복수차관제 반대 홍보자료를 돌렸다”면서 “행자위는 여당이 과반수인 만큼 무리해서 밀어붙일 수는 있지만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연히 행자위에서 일을 저질렀다가는 자칫 여당이 과반수가 되지 않는 다른 상임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아주 부담스럽다”고 한숨을 쉬어 화제가 되었다.
이 위원장이 원만한 상임위 운영을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써 왔는가는 다음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작년말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과거사 진상규명법’의 행자위 상정을 요구하고 이 위원장이 표결로 통과시키려 할 때의 일이다.
13~16대 총선 연패 무릅쓰고 17대에 회생
한나라당 의원들이 달려나와 “위원장님 날치기하시면 안됩니다”며 이 위원장의 팔을 잡았고 뒤이어 달려나온 열린우리다 의원들과 20분 가까이 위원장 주변에서 밀고 당기는 사이 취재진이 몰려들고 분위기가 험악해 지려하자 이 위원장은 짐짓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이구 행자위가 원래 인기가 없는데 오늘은 무지하게 인기있네 날치기 안할테니까 들어가 빨리-안 그러면 정말 망치(의사봉)쳐버릴껴-”폭소와 아울러 장내가 정숙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뒤이어 ‘친일진상규명법’은 여야간 합의로 처리되었다.
이러한 재치와 분위기 조성의 힘은 이 위원장이 17대의원중 최고령의 4선의원이며 17대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의 13~16대 총선을 연거푸 석패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17대에 기필코 당선하는 남이 따르기 어려운 인내와 저력 친근미어린 가운데 보이는 위엄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이다.
불자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정각회장. 최근에 열린우리당 고문단장을 맡는 등 이의원의 노익장은 더욱 볼만할 것으로 보인다.
학력 및 경력
대전사범학교 졸, 6·25참전 소대장, 통일민주당 부총재,국민회의 부총재,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9·10·12·17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열린우리당 상임고문,국회행정자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