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건설업계가 지난 2009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3조6000억원 규모의 입찰 담합을 벌였다가 무려 430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총 3조5980억원의 입찰담합을 벌인 21개 건설사와 들러리 7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하고 공구분할을 주도한 법인 15개사, 담당임원 7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 7개 대형건설사들은 지난 2009년 6월경 최저낙찰제로 입찰한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13개 공구 모두를 분할해 낙찰받기로 합의했다.
이들 7개 대형 건설사를 포함한 14개 건설사는 1차 입찰공고일(2009년 7월31일) 이전 전체 공구를 3개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배정될 공구수를 정하고 추첨을 통해 낙착예정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A그룹은 5개 공구(2-2, 3-3, 3-4, 4-1, 5-3), B그룹은 4개 공구(1-3, 2-4, 4-4, 5-1), C그룹은 4개 공구(3-1, 2-1, 4-3, 5-2)를 맡게 됐다.
또한 낙찰예정자 13개사 이외의 입찰 참여 업체들은 들러리를 서주기로 합의했고, 공구분할에 참여치 않은 계룡건설산업, 포스코건설 등 7개사도 문제가 된 건설사들의 요청에 의해 들러리로 참여했다.
아울러 낙찰예정자 13개사는 1차 입찰일(2009년 9월22일) 이전에 설계금액대비 76%가 되도록 입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
공정위는 "이번 입찰에서는 전체 입찰참가자중 일부가 입찰담합에 가담하는 최저가 낙찰제의 전형적인 담합방법(공종들기)을 쓰지 않고 입찰참가자 모두가 담합에 가담함으로써 낙찰가격을 높이는 수법을 쓰는 등 조직적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3개 대안공구(1-2,·2-3,·4-2)와 차량기지 공사에서도 입찰담합이 이뤄졌다. 대안공구란 정부가 작성한 실시설계서상 공종 중 기본방침의 변동없이 대체가 가능한 공종을 말한다.
'1-2공구'의 경우 삼성물산과 SK건설은 PQ 제출후인 2009년 10월경 서로 투찰가격을 정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후 11월초 투찰가격을 협의해 삼성물산이 2742억원에 공사를 따게 했다. 특히 입찰에 참여한 경남기업에는 투찰가격을 알려줘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토록 요구했다.
'2-3공구'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도 경쟁사로 참여한 동부건설에 들러리 입찰 참여를 제의해 3316억원에 공사를 낙찰받았고, 쌍용건설은 GS건설, 현대산업개발과 투찰률과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해 4-2공구를 2006억원에 수주했다.
이밖에 대림산업은 경쟁사인 대우건설 및 삼성물산과 사다리타기로 추첨해 각사가 투찰할 투찰률에 합의하고 3018억원에 차량기지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담합관행을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도 공정한 경쟁질서를 저해하고 국가재정에 피해를 주는 공공입찰담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