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디플레이션(Deflation) 발언을 계기로 '디플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8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가안정 목표 범위가 2.5∼3.5%로 돼 있는데 3년째 하한선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동안 경제 당국자들이 '디플레이션 가능성 우려'발언을 내놓은 적은 많았지만 경제 수장이 직접 디플레이션 진입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는 최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내수부진이 구조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디플레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며 "경각심을 갖고 경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강조한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저물가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월간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012년 12월 2.2%를 기록한 뒤 1년 7개월째 1%대에 머물러 있다.
2011년 4.0%을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2년 2.2%로 주저앉은 데 이어 2013년에는 1.3%까지 떨어졌다.
◇디플레 진단, 찬반 엇갈려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국면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 위험은)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며 "가능성이 '높다' '낮다'를 떠나 기업의 투자 위축 등 디플레이션으로 나타날 수 있는 나쁜 현상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 부총리가) 현재 우리 경제에서 수요가 너무 약해 디플레이션 갭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며 "디플레이션에 반드시 빠진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럴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국면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향후 전망도 물가가 현재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생산자물가가 반등하고 있어 소비자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이고 집값도 지금보다 더 하락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국제유가도 더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고 환율도 1000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이라고 설명했다.
◇ '금리 인하' 유도를 겨냥한 카드(?)
디플레이션 발언은 최 부총리가 한국은행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통화정책이 보조를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지금은 디플레이션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의 경제 인식에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연내에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기는 힘들다고 보면 안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진성 실장은 "지난번 금리인하도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정책 시그널의 의미가 강했다고 본다"며 "금리가 더 내려간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기업이 투자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찾게 해주는 방법이 더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