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역비리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과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특히 인기가수 싸이의 병역비리부터 유명 온라인 입시학원이 명문대 출신의 병역특례자에게 입시 관련 업무를 시킨 사실까지 병역비리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보고 피할 곳을 찾아보고 싶기까지 한 병역. 특히 유명 인사나 그의 아들, 그리고 유명 연예인까지 병역을 피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진다.
특히 연예인들에게 공익근무요원이나 병역특례는 더욱 구미를 당기곤 한다. 근무시간 이후에는 개인활동을 해도 된다는 달콤한 이유 때문. 싸이 역시 병역비리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병역비리, 병무청은 나 몰라?
이르면 8월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현역으로 재입대할 것이라는 소식이 지난 3일 인터넷에 연이어 보도되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하루만에 밝혀졌다. 병무청은 뒤늦게 지난 4일 싸이에게 현역복무 통보를 한 적이 없음은 물론 어떠한 행정처분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의견을 제출(소명)할 경우 오는 10일 이후 검찰의 공소 내용과 소명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 병역법 규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한 달 후에 군대를 두 번 가게 될 처지에 처한 싸이에게 이처럼 당혹스러운 하루를 보내게 한 것도 없었다. 이 사건의 인터뷰로 또다시 비난의 화살은 싸이가 고스란히 다 맞았고 병무청은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다.
그러나 ‘3년이라는 세월동안 싸이가 엉뚱한 데서 근무했다는 걸 병무청이 몰랐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이 크다. 병특인원 감시는 병무청의 의무’라는 네티즌의 댓글처럼 병무청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지난 3일 언론을 통해 성급하게 보도된 것도 문제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지난 복무기간 3년에 있다. 싸이는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한 첫번째 연예인이다. 2003년 당시에도 싸이가 어떤 자격증을 땄는지, 연예인의 유명세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 연예인 첫 사례로서 싸이를 편입할 당시부터 이후 관리감독까지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뒤늦게 이제 와서 20개월 현역 재입대를 하라며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우는 것은 공정한 처사라고 보기 힘들다.
유명 온라인 입시학원, 병역특례자에게 입시지도 맡겨
병역특례자에게 이제는 입시지도도 맡겨 논란이 되고 있다. 유명 온라인 입시학원이 명문대 출신의 병역특례자들에게 입시 관련 업무를 맡긴 혐의가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병역특례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김회재 부장검사)는 5일 유명 입시학원의 전 대표가 자회사인 온라인 교육업체에 근무한 특례자 3명에게 지정 업무가 아닌 학습 컨설팅을 맡긴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온·오프라인 강의와 참고서 출판으로 유명한 ㅇ학원의 자회사 ㅂ사로, 혐의를 받고 있는 대표 김모씨(29)는 ㅇ사를 창업해 경영하다 지난해 3월 대기업에 매각하고 현재는 ㅂ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ㅇ사는 2000년 당시 서울대 학생이던 김씨 등이 창업해 새로운 형식의 입시 참고서를 출판하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고, 그뒤 오프라인과 온라인 강의에서 두루 주목받는 업체로 성장했다. 김씨는 대학생 벤처 신화의 주역으로 언론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특례자들은 모두 김씨의 서울대 선.후배들로, 2004년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 명목으로 업체에 채용됐으나 실제로는 수험생들이 학습계획서를 제출하면 스케줄을 점검해주는 1대 1 온라인 진학지도 업무를 담당했다. ㅇ사는 2004년 11월 ‘병역특례자 가능’의 조건으로 구인공고를 내 학습 컨설턴트를 모집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씨 자신도 부하직원을 명의상 대표로 내세운 뒤 자신의 회사에서 특례요원으로 근무해 병역을 마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업체를 지난 3일 압수수색했다.
동부지검 한명관 차장검사는 “학원가에서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업체가 병역특례요원을 수강생 지도에 활용해 얻은 성과로 이름을 얻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해결책 찾느라 분주한 병무청
병무청은 이번 싸이의 사건과 유명입시학원의 사건을 반성하며 병역특례자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 말했다.
우선 병역특례자를 선정할 대 관련학과를 기준으로 할 것이며, 자격증 유무에 대해 더욱 관찰 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병역비리는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의 의해서 더 지능화되고 깊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다녀와야 하는 군대는 특히 젊은 연예인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이들의 병역문제만큼 ‘국민정서법’과 여론재판에 휘둘리는 것도 없다. 이처럼 병역에 대한 불신이 쌓인 데는 병무청의 책임이 컸고, 지금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방패막이로 자신들의 잘못은 덮고 넘어가려는 병무청의 최근 행보는 미덥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