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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부, 유류세 내리지 않고 석유 가격 인하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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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운임 등도 하향 조정토록 요청

[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석유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함에 따라 정유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7일 "국제 유가 인하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에너지평가원에서 석유·LPG 유통협회 관계자,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 및 LPG 유통업계 간담회'를 갖고 정유업계에 석유제품 가격 인하토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지역별 가격동향 발표 ▲알뜰주유소 확산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석유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정유업계가 석유제품의 가격을 자발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정유업계는 이를 상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국내 석유 가격은 '유류세'때문에 하락 폭 미미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7일 국제 유가는 배럴당 46달러로 떨어졌다. 1년 전(104달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1월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6원에 달했으나 지난 7일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300원 낮은 1564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경유도 지난해 1월 1705원에서 올해 1380원으로 낮아졌다.

국제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변동폭이 적은 이유는 유류에 대해서는 세금이 정액제로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을 제외한 정유사 공급가의 경우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을 직접 받지만 정액제 세금은 변동이 없다.

휘발유 값에 붙어있는 세금을 살펴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529원에 달한다. 또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세(세후 가격의 10%)가 반영되고 있다. 이를 리터당 1564원 수준으로 계산해볼 때 세금은 936원에 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류세를 고정으로 해놓은 것은 국제 유가 변동과 관계없이 국가에서 필요한 세원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며 "국제 유가가 떨어졌을 때 유류세를 인하한다면 올라갔을 때 인상해야 한다는 말과 똑같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유가 하락을 이미 가격에 반영"

정부의 석유제품 가격 인하 요청에 대해 정유업계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석유협회는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 요인을 국내 공급가격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유소협회도 정부의 요청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은 "전체 주유소의 90% 이상은 이미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하고 있다"며 "그런데 전체 주유소가 국제유가 하락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는 한 휘발유 가격이 1300원대 이하로 떨어지기는 힘들다"며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혜택을 누리게 하려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요금 가격도 인하 유도

정부는 석유 가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각종 석유화학제품과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항공 운임 등의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별 제품 가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유가가 내린 만큼 제품 가격을 하항 조정토록 하는 게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지만 유가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품목마다 다르고 인건비 등 다른 가격 인상 요인도 있어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내려 소비자들이 유가 하락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품목별로 가격 정보를 공개해 업체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일부 대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가격 인하 여력을 파악하기 위해 원가 정보를 분석 중이다.

공공요금의 경우 각 기관별로 재무상황에 따라 가격 인상 요인도 있지만 정부가 가격에 개입할 여지가 큰 만큼 최대한 내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이달 초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5.9% 내렸다. 또 인상 요인이 있는 버스요금 등의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유가 하락을 반영해 인상폭 제한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제유가 하락 체감 대책을 설 연휴 전 물가종합대책에 포함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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