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유통업계가 올해 최대 화두인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최근 몇 년 유통 흐름은 오프라인에서 PC로 옮겨가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모바일 쇼핑의 비중이 확연히 늘어나면서 더 이상 유통 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을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65조원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 커졌다.
그중 모바일쇼핑은 2010년 3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3조2100억원으로 40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PC쇼핑은 2010년 26조9400억원 규모에서 2012년 33조9600억원으로 성장한 후 2013년부터 정체를 거쳐 지난해 31조8800억원으로 전년대비 5.6%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 코리아가 1년 9개월 만에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 상품 데이터베이스(DB) 공급을 재개키로 해 관심이다.
그동안 G마켓과 옥션에 등록된 상품들은 PC기반 인터넷으로만 네이버 검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모바일 웹이나 네이버 어플리케이션에서도 가능해졌다.
이는 이베이코리아가 2013년 4월 네이버와 모바일 플랫폼 제휴 수수료 분쟁을 겪으며 상품 DB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당시 G마켓·옥션, SK플래닛의 11번가 등의 업체에게 모바일 판매 수수료를 웹(PC)과 같이 2% 안팎으로 부과하겠다고 통지하자 반발한 것.
하지만 11번가가 지난 해 1월 재입점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11번가의 모바일 비중이 40%로 치솟은 반면 G마켓은 35%, 옥션은 30%로 뒤쳐지자 이베이코리아는 비상이 걸렸다.
기존 소셜커머스 이외에도 GS샵,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도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도 각각 '옴니채널'과 'SSG닷컴', 이마트몰 등으로 모바일 장악력을 키우자 위기감이 커졌다.
이에 결국 이베이코리아는 자존심을 접었다. 그만큼 이베이코리아에게도 모바일 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검색 사업을 하고 있는 네이버 입장에서도 이베이의 재입점은 의미가 크다.
최근 구글이 "우리의 경쟁상대는 아마존"이라고 주장할 만큼 검색시장에서 DB확보는 매우 중요해졌다. 국내 오픈마켓 1위 G마켓과 3위 옥션의 상품DB를 모바일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네이버의 검색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 시작되면 네이버 입장에서도 검색 사업의 큰 타격을 입을 정도로 위기감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이번 이베이의 결정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특히 네이버는 '네이버페이(가칭)'로 불리는 원스톱 쇼핑 서비스를 통한 모바일 커머스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바일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11번가도 지난해 12월 TF(태스크포스) 형태로 운영해온 큐레이션 커머스 '쇼킹딜' 전담 팀을 '큐레이션본부'로 승격했다.
11번가의 올해 마케팅 전략은 '20대 여성', '모바일', 큐레이션'으로 이베이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실제 큐레이션본부 체계 도입 후 쇼킹딜의 상품 수는 4배 증가했으며 모바일 비중도 50%대에서 60%로 증가했다.
홈쇼핑도 모바일 시장 잡기에 나섰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을 이룬 TV홈쇼핑 산업이지만 최근 TV시청률이 하락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GS홈쇼핑은 지속적으로 모바일쇼핑 부문에 대한 성장을 꾀하고 있어 올해 연간 취급고 성장률은 11.0%로 전년(6.0%)에 비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모바일 성장을 위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쓴 나머지 수익은 떨어지고 있다. GS홈쇼핑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떨어진 44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다른 홈쇼핑 업체들도 겪는 고민이다. 취급고와 매출은 오르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모바일쇼핑사업은 '양날의 칼'과 마찬가지다. 실제 홈쇼핑 업체들이 협력업체들에게 받는 TV 판매수수료는 제품가격의 35% 수준이지만 모바일 판매수수료는 1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CJ오쇼핑도 모바일 쇼핑 사업 강화를 위해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티몬) 인수를 추진한다. CJ오쇼핑은 가장 먼저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모바일쇼핑 취급고에서 GS홈쇼핑에 밀리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CJ오쇼핑이 티몬 인수에 성공하면 모바일 쇼핑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CJ몰과 오클락 등을 운영해 온 노하우에 모바일 비중이 높은 소셜커머스를 융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모바일을 통한 소비가 늘면서 유통 업체들이 모바일 사업 확대에 열을 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모바일 시장은 기존 유통 시장과는 달리 IT 기술에 대한 이해와 트렌드를 이해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만큼 올해 유통업계의 모바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