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9.26 (목)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문화

대중문화 단골소재 ‘기억상실증’

URL복사


시사뉴스






- 대중문화 단골소재 ‘기억상실증’

퍼도퍼도 끝없는 상상력의 원천


동서양 초월하는 고전적 장치


갈등과 긴장 빚어내기 유용


내와
딸을 둔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기억을 상실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구한 여자와 결혼해 아들을 낳는다. 정체성을 고민하던 남자는 기억을
되찾고 현재의 아내와 과거의 아내 사이에서 갈등한다.

KBS 2TV에 방영 중인 멜로드라마 ‘아내’의 대략적 스토리다. 이 전형적인 이야기 구성은 낯익다 못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드라마 ‘아내’는
1982년 MBC 동명 멜로물을 리메이크 한 것이지만,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는 80년대 이전부터 이미 ‘고전’이 된 지 오래다.

1942년의 흑백영화 ‘마음의 행로’부터, ‘환생’ ‘돌로레스 클레이븐’ ‘롱키스 굿나잇’ ‘메멘토’ ‘나비’ ‘오버 더 레인보우’ ‘유리구두’
‘겨울연가’ 등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고행석의 만화 ‘낮달’, 윤대녕의 소설 ‘사슴벌레 여자’ 등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기억상실증은
널리 사용된 소재다.

리메이크를 반복한 고전은 진부하지만 그만큼의 매력 또한 크다. 상투성을 감안하면서까지 계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아무리 되풀이해도 재미있으며,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은 소재가 지닌 파워가 상당하다는 증거다.

독특하고 낭만적인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은 어떤 이유로 이처럼 동서양과 시대를 초월해 대중문화의 사랑 받는 단골소재가 됐을까?


멜로물 안타까운 갈등구조, 추리물 긴장감 증폭


기억상실증의 원조는 제임스 힐튼이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기억상실증이라는
장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그는 ‘마음의 행로’(원제:랜덤 하베스트)로 기억상실증 드라마를 장르화 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인간이 자신을
도운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기억을 회복한 후 그 이성과의 추억을 잃어버린다는 기억상실증의 표본이 된 줄거리는 이 영화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무리 상투적 소재라도 원조는 역시 다르다. 제임스 힐튼은 멜로물의 거장답게 탄탄한 구성과 주옥같은 대사로 소재의 매력을 충분히
활용한다.

인물의 정체성 찾기, 극적 반전의 묘미, 안타까움과 애절함, 사랑에 대한 통찰까지 ‘마음의 행로’는 기억상실증 멜로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문화평론가 이용포 씨는 “기억상실증은 안타까움과 로맨틱함을 자아내기 쉬운 장치다. 기억상실 전후로 갈등 구조가 형성되며, 극적 요소가 많아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기억상실증을 전후로 신분이 크게 바뀌거나 상대 이성의 신분도 대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모두
갈등구조와 드라마틱한 반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추리물에도 기억상실증은 단골소재다. 기억상실증은 한 부분의 사건이 미궁에 빠지고, 기억들을 하나하나 짜맞춰 가며 회복한다는 면에서 그 자체가
추리적 성격을 지닌다. 때문에 멜로물에 사용될 때도 미스터리적 요소를 갖는다.

추리물에서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물이 사건의 열쇠를 잃어버린 기억 속에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흩어진 기억 조각들은 무엇을 먼저 보여주느냐에
따라 오해를 만들고 강렬한 반전을 유도할 수 있다. ‘돌로레스 클레이븐’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를 증오하던 주인공은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어머니가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으로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와 살해방법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과정의 긴박감은
기억상실증이라는 장치 없이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씨는 “추리물에서 기억상실증은 여러 단계의 반전 설정이 가능하고, 긴장감과 흥미를 얼마든지 증폭시킬 수 있는 소재다. 작가라면 한번쯤
활용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기법이다”고 말했다.


‘나는
누구인가?’ 철학적 고민 내포


기억상실증은 또한, 심리적 철학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호소력이
크다. 문화평론가 박인영 씨는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지난날의 잘못과 한, 미련,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거나, 전혀
새로운 삶의 기회를 가져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영화나 드라마 속의 기억상실은 이미 다 자란 성인 인물에게도 새로운 자기정체성을
구현케 하거나 그 기회를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 소재다”고 지적했다.

‘나는 누구인가?’ ‘추억은 무엇인가?’ 등 철학적 질문을 내포하고 있는 점도 기억상실증이 단골소재가 된 이유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지킬박사가 한 일을 하이드가 기억하지 못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중적 인간의 면모를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를 통해 드러낸 대표적 작품이다.


기억상실 전후로 선과 악의 극단을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체성의 혼란을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영화 ‘토탈리콜’의 원작인
필립 K딕의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기억이식이라는 기억상실의 SF적 버전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와 존재의 실체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다룬다.

기억상실증은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문승욱의 디지털 영화 ‘나비’는 새로운 것을 감각적으로 좇아가는 현대인을 모두 ‘기억상실의
바이러스’에 걸린 존재로 표현했다. 윤대녕의 ‘사슴벌레여자’는 기억을 잃고 사이보그처럼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감정이 메마른 현대인들의 외로운
삶을 형상화했다.

이처럼 기억상실증은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하면서도 고차원적 문제를 안고 있는 흥미로운 소재다. 때문에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애용된 것이다.


진부함은
소재 아닌 창조력 한계에서 비롯


무엇이든 전형화 된 것은 훌륭한 원조가 존재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가 퍼도퍼도
바닥나지 않는 우물처럼 깊고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해진 이야기 코스가 반복되다보면 진부함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되고, 상투적 소재는
매력적인 만큼 식상함의 함정을 안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연인이 등장하고, 기억상실에 빠지거나 기억을 되찾는 매체는 대부분 교통사고 등 우연적 설정이며, 충격으로 중요한 기억을 잃은
자는 정체불명의 악당에게 쫓기는 등 뻔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의 한계다.

하지만, 평론가 박씨는 “소재 자체보다는 어떤 소재를 다루든 관계없이 상투적인 안방드라마나 멜로 영화의 나태함이 문제다”며, “선정적 소재도
얼마든지 신선하게 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품성은 소재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정신이 얼마나 치열한가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기억상실증을 사용하면서도 소재의 한계를 극복한 우수작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필립 K딕은 60년대부터 끊임없이 기억상실을 사용한
소설을 발표했지만, 소재의 접근 방식과 주제는 현대적 시각에서도 여전히 새롭고 충격적이다. 때로는 스토리의 법칙까지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작품도 있다. 문제는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라는 교과서적 진실에 달려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부자들의 성공 인사이트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 출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교과서 발행부수 1위 기업 미래엔의 성인 단행본 출판 브랜드 와이즈베리가 오는 10월 1일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를 출간한다. 신간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는 18년 차 은행원이자 재테크 전문 유튜버 ‘부르르(Brr)’가 은행에서 만난 부자들에게서 얻은 성공 인사이트를 전한다. 저자는 은행 근무 중 직접 듣고 경험한 자산가들의 이야기를 분석하며, 그들이 부를 쌓고 성공을 이룬 핵심 비결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부르르는 부자들로부터 ‘사람도 자산이다’라는 중요한 교훈을 얻고 ‘인적 레버리지’ 개념을 떠올렸다. ‘인적 레버리지’는 사람을 통해 부와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지렛대 효과를 뜻한다. 저자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어려운 시대에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적 자산’을 쌓고, 이를 통해 ‘인적 레버리지’를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서로 도우며 함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부와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1장 ‘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2장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3장 ‘인적 자산, 어떻게 쌓아야 할까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