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엔 제우스, 우리나라엔 옥황상제!
천대받고 따돌림당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는 잘 알면서 우리 신화는 고작해야 단군신화 정도만
알려져 있는 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만큼 우리 신화는 역사가들만의 ‘꺼리’였을 뿐 대중화되지 못했기에 서양신들의 이름과
활약상은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 단군, 고주몽, 박혁거세를 제외하고 더 이상의 이름을 나열할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옛이야기를 새로 쓰고 들려주는 데 애쓰고 있는 서정오 작가는 “서양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가 우리 신화에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어린이에게 상상력을 키우고자” 이 책을 썼다.
삼천리
방방곡곡 神 총집합
책은 익히 알려져 있는 건국신화·탄생신화는 생략하고, 민중과 보다 가까웠던 구전신화, 서사무가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승과 저승을 나누어
다스리게 된 옥황상제 쌍둥이 아들 ‘이승신 소별왕과 저승신 대별왕’을 시작으로, 북두칠성이 된 효성스런 일곱 아들 이야기 ‘별의 신 칠성님과
옥녀부인’, 사람들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고 아기 낳는 일을 도와주는 ‘탄생신 삼신할멈’ 등 총 21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특히 모든 사물의 언저리에 신이 있다고 믿어 하늘과 땅, 산과 바다에서부터 집안의 부엌과 곳간에 이르기까지 신을 창조했던
우리 민족의 특징이 엿보인다. 집을 지키는 성주신과 집터를 지키는 지신 황우양,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과 뒷간을 지키는 측신 등 생활과 밀접한
신들이 두루 등장한다.
또한 겉 표지를 넘기면 ‘우리 신화의 배경도’가 펼쳐지고, 우리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별도로 요약해 주인공들의 특징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도
용이하게 했다. 집필의 목적이 신화를 자료로 남기는 데 있지 않고 널리 알리는 데 있는 만큼, 무엇보다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겨레 정신사 구축 계기
우리 신화가 소중한 까닭은 그 속에 조상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유독 양반사대부 중심의 주류문화로부터 천대받고 따돌림받은
구전신화에 집중한 것도 그것이 서민의 체온이 간직된 이야기며, 겨레의 정서가 강하게 묻어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겨레의 정서가 온존한 우리 문화사와 정신사를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넉넉하고 푸근한 이야기 문화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때문에 책장을 펼치면 구수한 입말을 통해 다채로운 배경 위에 다양한 신들이 마치 화롯가에서 할머니에게 이야기 듣는 듯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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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저자의 꼴통들과 뚜껑 안 열리고 토론하는 법 지나친 | 그리고 나는 베네치아로 갔다 폴 경제사 1980년대 |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