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라는 결혼식 주례사가 무색해질 정도다. 결혼 5년 이내에 파탄을 맞는 조기이혼은 유행과도 같고 황혼을 훌쩍 넘긴 나이에 각자의 길을 가는 황혼이혼도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 통계청은 요즘 이혼하는 부부의 성향과 이유 등을 파악해 통계로 내놓은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 통계 자료를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이혼이 대수롭지 않은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율은 지난해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황혼이혼이 늘면서 50대 이상의 이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이혼연령 30~40대 압도적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은 11만6535건으로 2007년(12만4072건)에 비해 7537건(6.1%) 줄었다. 이혼 건수는 2003년 16만66617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5년째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이혼숙려제가 도입되면서 이혼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혼숙려제로 신고 공백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 이혼이 작년에 비해 6900건 늘었지만 협의 이혼은 7500건 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유배우 이혼율은 4.8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0.4건 감소했다. 부부 100쌍당 0.97쌍이 이혼한 셈이다. 특히 저연령층에서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남자 15~24세의 유배우 이혼율은 44.1로 가장 높았고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황혼이혼이 늘면서 20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혼부부 중 5~14년 동거한 부부의 이혼은 2003년 이후 감소세에 있으나, 20년 동안 동거한 황혼부부의 이혼은 전체의 23.1%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이혼부부의 평균 동거기간은 12.8년으로 황혼이혼의 증가로 증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혼한 부부의 평균 동거기간이 13.8년으로 전체 이혼 부부의 평균 동거기간보다 1년 정도 길었다.
평균 이혼연령도 높아가고 있다. 평균 이혼연령은 남자가 44.3세, 여자가 40.5세로 작년에 비해 각각 1.1세, 1.0세 상승했고 이는 10년 전보다 남자 4.6세, 여자 4.4세로 높아졌다. 이는 초혼연령의 상승과 20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 비중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혼부부의 나이는 남자의 68.3%, 여자의 70.1%가 30~40대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50대 이상에선 2005년 이후 증가세를 유지했고 남자는 55세 이상에서 13.7%, 여자는 50대 초반에서 17.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혼은 자녀가 있는 부부보다 자녀가 없을 경우 이혼율이 더 높았다. 자녀가 없는 부부의 이혼비중은 2000년 이후 계속 증가해 2008년 45.4%를 나타났다. 작년에 이혼한 부부 중 54.0%(6만3000쌍)는 20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004년 이후 매년 감소세에 있다. 이혼사유는 역시 ‘성격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작년에 이혼한 부부의 주된 사유는 성격차이가 47.8%, 경제문제가 14.2%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족 간 불화, 성격차이, 경제문제 등 일반적인 이혼사유의 비중은 작년보다 감소했으나 배우자 부정, 또는 정신·육체적 학대 등이 증가했다. 이혼부부의 77.9%는 ‘협의이혼’을 선택했다. 지난해 협의이혼이 77.9%, 재판이혼이 22.1%로 협의이혼이 대부분 차지했다.
한국인 남편-외국인 처 이혼 많다
국제결혼의 증가로 ‘국제이혼’도 더불어 증가 추세다.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은 전체 11만255건으로 2007년보다 29.8%(2584건)나 증가했다.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처와의 이혼은 7962건으로 전년보다 39.5% 증가했고 한국인 부인과 외국인 남편의 이혼은 3293건으로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 외국인과의 이혼은 매년 증가해 작년에는 총 이혼의 9.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가장 많았다.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부인과의 이혼은 7962건으로 중국 5398건, 베트남 1078건, 필리핀 268건, 일본 205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시집 온 중국 여성이 많아 다른 나라 외국인 여성보다 이혼비중도 높게 나타났고 최근 캄보디아 여성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과의 이혼은 3293건으로 일본 1556건(47.3%), 중국 1041건(31.6%), 미국 238건(7.2%) 순으로 나타났다. 일보인 남편과의 이혼비중이 높은 것 역시 혼인누적수가 타 외국인 남편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한편 작년에 비해 기타의 비중이 높은 것은 북한에서 귀화한 사람의 북한에 있는 배우자와의 이혼처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과의 이혼 중 5년 미만 동거부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국인과 외국인의 이혼 11만255건 중 동거기간이 5년 미만인 비율은 8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02년보다 66.9%보다 15.9%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작년에 이혼한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평균 동거기간은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처 부부가 2.7년, 외국인 남편과 한국인 처 부부가 5.6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촌총각이 형편이 어려운 동남아 여성과 결혼하면서 파경을 맞는 한국인 남편-외국인 부인의 사례가 늘면서 ‘잘못된 국제결혼’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가 없을수록 이혼이 쉽다는 건 ‘국제이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인 남펴과 외국인 처와의 이혼 중 90.1%는 20세 미만 미성년 자녀가 없었다. 이혼시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가 치지하는 비율은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처 부부는 7962건 중 90.1%(7170건), 한국인 처와 외국인 남편 부부는 이혼 3293건 중 79.4%(2615건)를 차지했다. 이혼 당시 20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둔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처 부부의 이혼은 614건으로 7.7% 차지했고 한국인 처와 외국인 남편 부부의 이혼은 444건으로 13.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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